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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갖기도 힘든데 지원 받기도 힘들다… 두번 우는 난임부부

    김수경 기자 오주비 기자 박혜연 기자

    발행일 : 2023.03.28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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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술비 평균 1100만원 들지만
    지원금 조건 까다로워 못받아

    2021년 국내 신생아 약 26만 명 중 8.1%는 난임 시술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진료 비용을 지원받은 사람들만 감안한 수치다. 자기 비용으로 난임 시술을 받아 생긴 아이를 출산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100명 중 10명 이상이 난임 시술을 거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같은 해 정부의 저출산 지원 예산 46조7000억원 가운데 난임 관련 예산은 0.054%에 불과한 252억4900만원이었다.

    결혼 연령이 점점 더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에도 난임 부부가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난임 진단을 받은 인구는 2017년 약 30만2000명에서 2021년 35만6000명으로 늘었고, 작년 상반기에만 21만9300명에 달했다. 하지만 난임 시술과 관련해 현재 전국 상당수 지자체 등은 일정 소득 기준(2인 가구 기준 월 622만2000원)을 넘으면 전혀 지원을 해주지 않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난임 부부들의 평균 난임 시술 횟수가 2019년 기준 7.02회이고 1회 평균 병원비는 160만원 정도라는 것이다. 소득 기준을 넘긴 부부들은 정부 지원은 한 푼도 못 받고 병원비만 평균 1100만원 안팎 쓰는 셈이다. 비용 탓에 난임 시술을 받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 화성시에 사는 박지혜(39)·오명석(40)씨 부부도 그럴 뻔했다. 이들은 작년 12월 그토록 기다렸던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년 8월부터 시험관 시술을 했는데, 세 번째에 성공을 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고민도 비용이었다. 4개월간 이들이 쓴 병원비는 총 561만원이다. 현재 정부는 난임 시술 1회당 20만~110만원을 지원해 주는데, 부부의 월수입이 정부 소득 기준을 넘긴 탓에 지원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출산지원금 등 출산 이후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난임 부부처럼 아이를 낳을 의지가 강한 사람을 돕는 것이 '가성비 높은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경기 의왕시에 사는 결혼 9년 차 장효진(37)씨도 작년 7월 시작한 난임 시술을 더 받아야 하나 망설이고 있다. 두 차례 시험관 시술을 받는 동안 병원비로 312만원을 썼기 때문이다. IT 기업에 다니는 장씨 남편이 고소득자로 분류돼, 정부·지자체 지원을 하나도 받을 수 없었다. 각종 주사와 영양제 등 한 달에 50만원 이상이 추가로 들었다. 각종 시술을 받는 과정에서 드는 심리적·육체적 부담은 논외다.

    장씨는 "아이 낳기 위해서 개인 부담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면서 "언제 임신이 될지 기약도 없는데 계속 시술을 받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반면 작년 8월부터 세 차례 난임 시술을 받은 윤모(39)씨는 병원비로 167만원을 냈다. 1회 평균 55만원 선으로 장효진씨가 쓴 것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지원금을 받으니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확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난임 지원이 지금처럼 소득 기준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게 아니라 보편 복지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저출산 대책으로서의 효과도 크다. 대표적인 예시가 2019년부터 소득 기준에 상관없이 최대 21회 난임 시술을 지원해온 경상남도다. 경남도는 작년에 예산 71억7100만원으로 8433건의 난임 시술을 지원했는데, 이 중 임신 성공 건수가 2318건(27%)에 달했다. 이 중 20억원은 정부 지원을 못 받는 사람에게 지급했는데, 총 2370회 중 565건이 임신에 성공했다. 임신 한 번 성공하는 데 353만원의 예산을 지원한 셈이다.

    현재의 소득 기준별 제한을 두는 것에 대해 정부·지자체는 "복지 서비스의 주요 원칙이 취약 계층 우선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홍보성 저출산 예산만 조정해도 난임에 충분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게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앞세우는 출산 장려금이다.

    예컨대 경기도 한 지자체는 첫째를 낳으면 100만원, 둘째 300만원, 셋째 500만원, 넷째 이상은 7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이 장려금을 받아간 사람은 2021년 1608명에서 작년 1520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장려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아이를 더 낳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또 엉뚱한 출산 지원책도 난무한다. 충북 단양군은 25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신생아에게 '탄생목(木)'을 주고, 경남 거창군은 2400만원을 들여 출산 시 일반등을 LED등으로 교체·설치해 주기도 한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과 직접 관련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모든 난임 부부에게 소득 기준 등을 없애고 시술비를 지원하면 연간 3000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에도 50조원에 달하는 전체 저출산 예산의 0.6% 수준이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늦은 취업, 높은 집값에 여유가 없어 아이 낳아 키울 환경이 안 되는 사람들이 많아 출산장려금은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며 "이 돈을 난임 지원으로 돌려 낳겠다는 이들을 돕는 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난임 시술을 하고 있는 부부는 7만 쌍 안팎인데 난임 시술 병원은 전국에 272곳뿐인 것도 문제다. 이 중 130곳이 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고, 나머지도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대도시에 주로 있다. 그렇다 보니 난임 부부들은 속이 탄다. 특히 난임 병원이 없거나 적은 지역에 사는 난임 부부는 시술을 받기 위해 원정 진료를 간다.

    전북 정읍시에 사는 남채형(44)씨는 2년 전부터 서울 강서구로 왕복 8시간가량을 오가며 난임 시술을 받는다. 지난 2월까지 11번의 시험관 시술을 받느라 40번 넘게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이동하는 데만 320시간 넘게 보낸 것이다. 남씨는 "난임 시술 받기 위해 병원에 오가는 교통비만 500만원이 넘는다"며 "여기에 약값, 병원비 다 하면 소형차 한 대 값은 족히 들었다"고 했다.

    [그래픽] 난임 인구 및 진료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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