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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명화 돋보기] 門이 등장하는 작품들

    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발행일 : 2023.03.27 / 특집 A2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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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기심 자극하는 門… 속마음 표현하고, 건너편 상상케 해요

    최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주인공 소녀의 눈에는 보이고, 보통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문이 등장합니다. 지진이나 쓰나미를 일으키는 괴력의 덩어리가 갇혀 있다가 그 문을 통해 빠져나오기 때문에 반드시 잠가둬야 하는 문이죠. 우연히 그 문의 비밀을 알게 된 소녀, 스즈메는 일본 곳곳에서 갑작스레 일어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잠그려 뛰어다닙니다. 이 영화에서처럼 문은 이곳과 저곳을 구획하는 경계이고, 여기에서 저기로 넘어서는 입구를 뜻하는데요. 문이 등장하는 다양한 그림을 통해 좀 더 자세한 의미들을 파헤쳐 보기로 합시다.

    "상상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작품"

    "내 작품은 상상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는 것이에요. 관람자가 볼 때마다 매번 뭔가 다른 걸 볼 수 있도록 말이죠."

    1940~1950년대에 실내의 열린 문을 주제로 그림 여러 점을 남겼던 미국 화가, 도러시아 태닝(1910~2012)이 했던 말입니다. 태닝은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 게일즈버그에서 태어나 17세가 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어요. 화가의 기억에 따르면, 교회와 영화관 외에는 갈 곳이 없고, 변화도 거의 없는 마을이었다고 해요. 심심하고 답답할 때마다 태닝은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장소에 대해 상상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그 상상 속에는 늘 어떤 곳으로 향하는 문이 있었대요.

    〈작품1〉은 '밤의 소곡(小曲)'이라는 태닝의 그림인데, 화면 오른쪽에 그려진 맨 마지막 문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듯 살짝 열려 있어요. 그곳에서 눈부시게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왼편에는 두 소녀가 복도에 서 있는데 밤에 기숙사에서 잠자던 중 꿈속 상태 그대로 걸어 나온 듯 보여요. 바닥에는 노란색으로 환하게 빛나는 커다란 해바라기가 놓여 있는데, 눈을 감은 두 소녀를 향해 손을 뻗듯 꿈틀꿈틀 넝쿨을 뻗고 있네요. 곧 두 소녀는 이 해바라기 넝쿨에 이끌려 열린 문 바깥으로 나가 꿈속을 여행하다가 돌아오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이 문은 꿈나라로 향하는 문이겠군요.

    문은 마음에도 있나 봐요. 가끔 '마음의 문을 열다'라는 말을 쓸 때도 있잖아요. 〈작품2〉는 덴마크 화가 빌헬름 하메르스회이(1864~1916)가 그린 여인의 뒷모습입니다. 이 여인은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등을 보이고 앉아 있는데, 옆의 둥그런 탁자에 책이 한 권 놓여 있는 것으로 짐작하건대 독서를 하던 중이었나 봐요. 여인의 바로 앞에 열린 문이 있고, 그 문보다 깊숙한 안쪽에도 문이 열려 있어요. 문들로 중첩된 이 공간은 마치 여인의 마음속처럼 느껴집니다. 마음속에 여러 개의 방이 있는데, 지금은 모두 열려 있고 열린 틈새로 햇빛이 들어옵니다.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그림 속의 이 여인은 차분하고 평화로운 마음 상태인 것 같아요.

    하메르스회이는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그리는 화가로 유명한데, 자기 집 내부를 자주 그렸어요. 뒷모습의 주인은 화가의 아내랍니다. 그의 작품은 화가가 살아있을 적에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어요. 죽은 지 몇 십 년이 흐른 후에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를 계승한 화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뒤늦게 주목을 받고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페르메이르는 조용한 실내를 그린 그림의 원조라고 할 수 있지요.

    문, 구획의 도구

    〈작품3〉
    을 보세요. 페르메이르의 이 그림 속 여인은 하메르스회이의 그림과는 방향이 반대로, 우리에게 얼굴을 보여주며 앉아 있어요. 집안의 안주인인 듯 보이는 여인은 식탁에 앉아 가족을 기다리다가 손에 얼굴을 괴고 깜빡 잠이 든 모양입니다. 여인의 등 뒤로 문이 있고, 조금 열린 사이로 거실이 살짝 보여요. 아직 누구도 집에 도착하지 않은 것 같으니, 그녀의 낮잠은 방해받지 않겠군요.

    이렇듯 그림에 문을 그려 넣으면 캔버스라는 네모 틀에 인물을 가두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화면을 두 개의 공간으로 구획할 수도 있고, 화면 안쪽으로 깊이 있게 확장시킬 수도 있거든요. 또한 관람자에게 문 건너 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게 하는 즐거움도 주지요.

    그림 안에 다른 방으로 가는 문이 있는 게 아니라, 아예 그림의 틀을 문으로 활용한 작품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에드가르 드가(1834~1917)가 그린 '분장실에서의 무용수'(〈작품4〉)를 볼까요? 반쯤 열린 문틈으로 발레리나가 옷매무새를 다듬는 현장이 보입니다. 문으로 인해 공간이 안쪽과 바깥쪽으로 나뉘었어요. 문 저편의 안쪽에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는 발레리나가 있고, 우리는 문 바깥쪽에서 그녀를 슬며시 들여다보고 있어요.

    객석에 앉은 관객에게 공연자는 그저 무대 위의 인물일 뿐,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알 길이 없어요. 그러나 드가는 무용수가 무대 바깥에 있을 때의 모습과 행동까지 화면에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극장의 특별회원이던 친구의 도움으로 드가는 무대 뒷문으로 출입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분장실에서의 무용수'처럼 문 뒤에 서서 몰래 본 듯한 그림을 남길 수 있었던 거죠.
    기고자 : 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258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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