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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어린이집 학대로 9개월 아이 하늘로… 꿈 짓밟힌 베트남 부부

    서보범 기자 김휘원 기자

    발행일 : 2023.03.27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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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 안잔다고 원장이 14분간 몸으로 눌러
    아이 엄마 "그토록 좋아했던 한국 와 기뻤는데…
    동민이 못지켜 죽을만큼 괴롭다" 법정서 오열

    지난 24일 경기 수원시 수원지법의 한 법정. 생후 9개월 아이를 숨지게 해 아동 학대 살해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 김모(66)씨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렸다. 그는 작년 11월 아이를 엎드린 자세로 눕힌 뒤 머리까지 이불을 덮고 방석을 올린 뒤 약 14분간 몸으로 눌러 아이를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숨진 아이는 베트남에서 온 천안동(33)·보티늉(25)씨 부부의 아들 천동민군이었다. 이날 법정에서 어머니 보티늉씨는 흐느끼며 서툰 한국말로 재판장에게 전하는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토록 좋아했던 한국에 와서 꿈을 이루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살았는데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죽을 만큼 괴롭다"며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없이 고의성이 없었다는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아버지 천씨는 일자리를 찾아 2011년 한국에 왔고, 경기 화성시의 한 공장에서 용접, 프레스 작업, 조립 등의 일을 해왔다. 2018년에 고국에서 당시 여자 친구였던 보티늉씨와 결혼했는데, 3년 넘게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떨어진 채 살다 2021년 보씨가 한국으로 이주해 오면서 아들 동민군을 가졌다고 한다. 작년 3월 결혼 4년 만에 아이가 태어나자 부부는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세 사람 모두 베트남 국적을 갖고 있지만, 아들이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에서 많이 쓰는 '동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작년 11월 아버지 천씨가 허리 디스크 수술로 일을 쉬게 되면서 동민군을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닥쳤다. 공장 일을 하다 얻은 병으로 몸져누운 남편을 대신해 아내 보씨가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천씨는 9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선뜻 맡기기가 걱정됐지만, 당시 어린이집 교사를 꿈꾸고 있던 아내 보씨가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다 좋다, 보내도 된다"며 남편을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년 11월 3일 첫 등원을 한 동민군은 불과 일주일 만인 11월 10일 사망했다.

    갑작스러운 비극에 부부의 삶은 무너져 내렸다. 아버지 천씨는 아내와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원통함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동민군은 베트남에 있는 양가 부모님에게도 애틋한 손자였다. 한국에 있는 손자의 옹알이를 들으려고 매일 부부에게 영상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베트남에 있는 동민군의 할머니·할아버지는 아직 손자가 왜 숨졌는지도 모른다.

    이날 재판에서 부부는 '고의가 아니다'라는 원장 김씨의 주장에 분통을 터트렸다. 천씨는 "아이를 이불로 덮고 베개로 눌러 숨을 못 쉬게 했는데도 고의가 없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유족 측 변호인 김신철 변호사는 재판부에 "피고인은 계속해서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지만 잘못에 대한 사죄는 피해자에게 해야 하는 것인데도 단 한 차례도 찾아오거나 전화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는 다음 달 20일이다.
    기고자 : 서보범 기자 김휘원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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