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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도서관] 호 해주세요

    이태훈 기자

    발행일 : 2023.03.25 / Books A1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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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페토 지음·그림 | 다정한마음 | 48쪽 | 1만4000원

    고만고만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산동네. 할머니는 그 꼭대기 옥탑방에 산다. 이날은 금세 소나기라도 쏟아질 듯 잔뜩 흐렸다. 빨래를 걷어두려 나간 할머니를 향해 장독대 위 낯선 고양이가 '야옹야옹' 운다. "배고픈 모양이네. 얼른 걷어놓고 먹을 걸 좀 주마."

    밥 줄 생각에 마음 급했던 할머니, 그만 돌부리에 차여 넘어지고 만다. 그때 고양이가 사뿐사뿐 할머니 곁에 다가온다. 입술을 오므리곤 무릎에 난 상처에다 입김을 분다. "호~." 할머니는 깜짝 놀란다. "어머나 세상에, 하나도 안 아파졌네? 고양이야, 어떻게 한 거니?"

    아이가 넘어지면 부모는 상처를 '호~' 하고 불어주곤 한다. 소독약도 연고도 아닌데, 따뜻한 입김이 상처에 닿는 것만으로 어쩐지 통증도 가라앉고 마음도 편안해지는 것 같다. 이 책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의 상처에 입김을 불어주는 건 처음 만난 고양이다. 허리가 아플 때도 배가 아플 때도, 고양이가 입김을 불어 주면 감쪽같이 낫는 것 같다.

    할머니는 고양이 자랑을 하려 딸에게 전화를 건다. 그런데 금쪽같은 손자는 서랍에 손가락을 찧어 엉엉 우는 중이다. 설상가상 천둥소리에 놀란 고양이가 집 밖으로 도망친다. 이 신통한 고양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서로를 아끼고 상처를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 있다면, 마음에 난 상처도 낫게 할 수 있을까.

    뉴스 댓글란에 쓴 시(詩) 같은 댓글을 모아 시집 '그 쇳물 쓰지 마라'(2016)를 펴냈던 '댓글 시인' 제페토가 직접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이다. 그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도 공부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더 늦으면 영영 못 할 것 같아 용기를 내 그림책을 펴낸다"고 했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89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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