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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창, 첨단 제조업 글로벌 CEO 100명 만난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발행일 : 2023.03.25 / 국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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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경제 사령탑 '리창 시대' 개막

    이달 초 출범한 중국의 '시진핑 3기'를 맞아 '경제 사령탑'인 총리에 오른 리창(64·서열 2위)은 지난 21~23일 첫 지방 출장지로 후난성과 광둥성을 선택했다. 후난성은 중국 첨단 제조업 기업 집결지이고 광둥성은 중국 개혁·개방을 상징한다. 앞으로 중국이 첨단 제조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방향성을 첫 행보를 통해 드러낸 것이다.

    10년 동안 총리로 일하다 이달 초 퇴임한 리커창이 2013년 총리에 오른 직후 첫 지방 시찰지로 선택한 곳은 장쑤성 장인시 신차오진이었다. 이후 중국은 낙후된 농촌이 많았던 중국을 도시로 바꿔가자는 '새로운 도시화'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추진한다.'리커창 시대'의 중국이 농촌을 번듯한 도시로 바꿔가기 위한 '땅 파기'로 닻을 올렸다면, 미국과의 무역 분쟁과 코로나 후유증 수습이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출발하는 '리창 시대'의 키워드는 '첨단 제조업'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 실세인 리창의 경제 기조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리창은 21~23일 첫 지방 출장을 통해 '굴뚝 산업'이 아닌, 첨단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5일부터 3일간은 연례 경제 행사인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리더를 만난다. 국무원(정부)이 개최하는 CDF엔 이재용 삼성 회장,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첨단 기업의 경영자들이 참석한다. 퀄컴, 지멘스, 코닝, BMW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의 CEO 100여 명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창 총리는 '친상(親商) 총리' 이미지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리창 시대'는 '리커창 시대'와 확실히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리커창 총리는 취임 직후 시진핑의 그늘 아래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전통 제조업에 집중됐던 산업을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T 분야로 확대해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같은 IT 대기업이 탄생했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2기에서는 미국의 압박과 코로나 봉쇄로 경제 발전에 어려움을 겪었고, 기업 통제 강화를 위해 규제 위주의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리창 시대는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하고 코로나로 경제가 초토화된 최악의 환경에서 출발한다. 미국 봉쇄에 맞서 기술 자립과 첨단 제조업 육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의 첫 방문지엔 홍콩에 상장된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 경비행기 제조 기업 후난산허커지, 애플 부품 기업 렌즈테크놀로지 등이 포함됐다.

    리커창과 리창은 개인 캐릭터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박사까지 한 엘리트 경제 관료인 리커창과 달리 리창은 지방대인 저장농대를 나왔다. 리커창은 총리가 되기 전 5년 동안 부총리 경력을 쌓았지만, 리창은 지난해까지 상하이시 당서기를 맡았을 뿐 중앙 근무 경험이 전무했다. 공교롭게도 리창(李强)의 이름은 전임 총리인 리커창(李克强)에서 '커(克·극)' 한 글자가 빠졌다. 이 한자는 그램(g), 승벽(勝癖·지기 싫어하는 기질)이란 뜻을 갖고 있다. 지난해 리창이 총리에 내정됐을 때는 '리커창보다 1g 부족한 인물'이란 말이 유행했다.

    하지만 시진핑과의 관계에서만큼은 리창이 리커창보다 한 수 위였다. 리커창이 힘겨루기를 하다 실권을 대부분 잃었다면, 리창은 시진핑에게 절대 충성하는 전략을 취했다. 2004년 저장성에서부터 비서실장으로 시진핑과 호흡을 맞췄고, 가장 대화를 많이 하는 상대라는 점에서 '시진핑의 귀를 사로잡은 남자'이기도 하다. 상하이 1인자 시절 테슬라 공장을 상하이로 유치했고, 시진핑의 지지를 얻어 상하이판 나스닥을 개장했다.

    리창이 시진핑을 설득하는 방법을 안다는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리창이 시진핑의 '국가 자존심'을 건드려 코로나 방역 완화를 설득했다고 한다. 방역으로 중국이 전 세계 공급망에서 핵심 위치를 잃고 있고, 미국에 뒤처지고 있다고 말해 전면 완화 결정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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