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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유 블라지의 예술적 폭발력, 서사시 같은 3부작 '퍼레이드'에… 그의 의상은 '보이는 대로 믿지 말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다

    최보윤 편집국 문화부 차장

    발행일 : 2023.03.24 / 통판 C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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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테가 베네타 2023 겨울 컬렉션

    ▶C4면에서 계속

    마티유 블라지가 구현해낸 캐릭터들의 대서사시는 계속되고 있지만, 그들은 이제 변형과 변주, 움직임을 통해 평범한 것에서 특별한 것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크함'의 의미와 그것이 시작되는 지점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81벌의 의상 '퍼레이드'에서 초기 실루엣은 일상적인 의미에서 시작되며, 이후에는 고대 신화에서 영감 받은 요소들이 구체화되어 더욱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아이디어에 대한 탐구가 담겨있다. 이번 패션쇼에서는 계급과 신분의 구분없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장소임과 동시에, 그 무엇보다도 옷을 착용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 감동적이고 사적인 즐거움을 주는 행위이자 옷을 통해 되고 싶은 그 누구든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수공 기법은 혁신을 거쳐 보테가 베네타의 시그니처 실루엣을 재해석하여 깊이 파이고, 뼈대를 갖추고, 슬릿 디테일을 더하여 재구성했다.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의 1482년작 '프리마베(Primavera)' 속의 클로리스와 그녀가 변신한 플로라에 영감을 받은 섬세한 실크 자수는 여성의 변신을 표현했다.

    "저는 '이탈리아의 퍼레이드'라는 아이디어가 정말 좋았습니다. 행진, 낯선 축제, 다양한 장소에서 모인 사람들은 어디서나 나타나지만, 그들은 같은 곳을 향합니다. 위계질서가 없는 곳, 모든 사람이 환영받는 곳에서는 무엇이 사람들을 이끌리게 하는 지에 대한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컬렉션과 쇼는 한 사람이 그림이나 문장의 일부를 만들면 그 다음 사람이 이어서 나머지를 완성하는 방식의 연상 기법 중 하나인 '우아한 시체(Exquisite corpse)' 기법처럼 여러 가지를 새롭게 조합하여,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낸다. 블레이지는 직물에 대한 생각도 변형시켰다. 가벼우면서도 몸에 구속하지 않는 직물을 개발해 내려 애썼다. 가죽의 무게감을 줄이기 위해 얇게 더 얇게 조각해냈다. 컷과 수공 기법, 볼륨과 기법이란 코드의 연결, 길게 늘어트린 필 쿠페 자카드를 통해 새로운 창조물을 선보였다.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움직이는 깃털과 물고기 비늘을 연상시키는 디테일을 이용한 룩과 하우스의 시그니처인 인트레치아토 위빙 기법으로 또 다른 룩과 레더 굿즈의 새로운 구성을 제시했다. 사르딘 핸드백 핸들에는 무라노 글라스의 터치로 반투명 핸들 디자인을 적용해 유연함을 더했다.

    ◇처음과 끝의 연결…우리는 이제 서로 만나야 한다

    그의 컬렉션 오프닝은 슬립 같은 느낌의 원피스와 양말 느낌을 가죽으로 만든 의상으로 시작한다. 거리의 퍼레이드인데 왜 잠옷 같은 의상일까. 원마일 웨어에 대한 오마주인가. 물론 '밤'을 위해 거의 입은 듯 안 입은 듯한 모습으로 섹시함을 극대화 시킬 수도 있겠다. 시스루 의상으로 유혹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실제로 일부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를 보면 아침 출근 시간이 너무 바빠 슬립에 코트만 걸치고 그럴싸한 핸드백을 매치해 마치 완벽하게 차려입은 듯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코로나로 거리가 한산해지고,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이 뜸해지고 홈웨어가 발달하는 동안 패션에 대한 관심은 뜸해졌다. 꾸밈은 때론 노동이 되기도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기 만족이자 투자이기도 하다. 마티유 블라지는 그를 비틀어 보여준 것은 아닐까.

    어느새 마스크를 벗고 '언제 그랬었나' 하며 따스한 햇살을 즐기기 위해 옷장을 뒤지는 동안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게 된다. 이런 생동감이 도시를 만든다. 그게 바로 블라지가 보치오니 청동상에서 바라본 역동성이다. 블라지 시즌1의 획기적인 가죽 탱크톱과 가죽 청바지가 쇼를 마감했다. 이보다 더 완벽한 서사의 마감이 있을까. 시즌 1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어쩌면 마지막에 등장한 그 의상에서 눈물을 흘렸을 수도 있다. 오래된 친구를 만난 느낌이랄까. 이제 다시 밖으로 나가야 할 시간이다. 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기고자 : 최보윤 편집국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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