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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패션은 현재 케이팝의 시대"

    최보윤 편집국 문화부 차장

    발행일 : 2023.03.24 / 기타 C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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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사실 코로나로 잠시 뜸했을 뿐 아르노 회장의 방문은 10여년 전부터 꾸준했다. 연간 2회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을 거쳐 일본을 찾거나 그 반대 경로 등 아시아 시장 '점검' 차원에서 백화점 등을 돌곤 했다. 개인 시간엔 세계적인 미술 컬렉셔인 아르노 회장답게 갤러리 순회를 하기도 했다.

    연례행사기 때문에 호들갑 떨 필요도 새삼스러워 보이지도 않지만, 이번에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동반자'다. 해외 중요한 행사를 다닐 때 그의 옆에 '누가' 있는가다. 2019년 루이비통 플래그십 오픈 등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는 차남 알렉상드르 아르노 현 티파니 부회장(당시 리모와 회장) 등이 그의 곁에 있었다. 알렉상드르는 미국 텍사스주 루이비통 팩토리 오픈을 위해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현지를 찾아 테이프 커팅식을 할 때 역시 바로 옆을 지키며 카메라 플래시를 독차지 했다. 그에게 쏠리는 후계구도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차남을 중요한 자리에 함께 데리고 다니며 힘을 실어준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이번엔 얼마 전 디올 회장이 된 장녀 델핀 아르노와 알렉상드르 아르노가 함께 했다. 디올은 베르나르 아르노가 지금과 같은 명품 그룹을 키우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브랜드다. 부동산 투자와 건설 회사 등을 운영하던 그는 1980년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만난 택시 기사가 "드골 프랑스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디올은 안다"는 이야기에 명품 산업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깨닫고 명품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디올을 사들이며 지금과 같은 대제국을 '건설'하기에 이른다. 자신에게 꿈을 품어주고 길을 안내하며 '오늘의 그'를 만들어준 디올을 큰 딸에게 맡겼다는 건 그녀에 대한 대단한 신뢰도 보여주는 모습이다. 회장직에 오른지 한 달여 밖에 되지 않은 그녀를 방한에 대동한 건 한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을 향한 일종의 상견례이자 그녀의 위상을 다시금 인식시키는 아르노의 전략으로 보인다.

    아르노와 첫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과 장녀는 루이비통 패션 부분에서 후계 구도를 맡고 있고, 이혼 뒤 만난 둘째부인과의 태어난 세 형제는 시계·주얼리 분야를 이끌고 있다. LVMH의 기반인 패션과 가죽분야는 일종의 X세대인 40대인 자녀들이, 시계·주얼리 분야는 Z세대인 20대 자녀들이 맡아 열정적으로 회사를 키우고 있다. 현재 70여개 넘는 자회사 브랜드를 보유한 LVMH의 흐름만 잘 따져도 명품 시장이 어떤 식으로 재편될 것인지 관측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LVMH는 누구보다 K셀럽 활용에 적극적이다. 모든 브랜드가 '잡고' 싶어했지만 당시 7명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감히 도전하기 어려운 존재로 느껴졌던 BTS의 경우 지난 2021년 7명 전원이 루이비통의 하우스 앰버서더로 발탁되며 세계 패션계를 들썩이게 했다. Z세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스타로 꼽히며 모든 패션 브랜드가 바라봤던 그룹이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부럽다"는 등의 탄식이 나왔다. 2019년엔 LVMH의 계열인 디올 옴므에서 BTS의 무대 의상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디올 역사상 음악 그룹의 무대 의상을 만드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러더니, 아니나다를까. BTS가 개인 활동이 가능해 지면서 LVMH는 BTS의 지민을 디올과 티파니의 앰버서더로 임명했다. 지난 3월 디올 쇼에 지민이 방문했을 때 그를 보러온 팬들로 도심이 마비되는 바람에 세계적인 톱스타들도 길을 비켜줘야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제이홉은 루이비통의 앰버서더가 됐다. BTS는 LVMH만의 타켓은 아니다. 개인 활동이 가능해진 그 순간부터 전 세계 모든 브랜드가 매달려 패션쇼 초청부터 앰버서더 임명까지 거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었다. 서사와 창작자적 풍모를 중시하는 발렌티노는 슈가를, 미술 등 예술에 조예가 깊은 RM은 예술적 기법으로 패션의 미술 작품화를 지향하는 보테가 베네타의 앰버서더로 임명됐다. 도통 해외 스타를 앰버서더로 임명하지 않은 보테가 베네타 측의 광폭 횡보여서 RM과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지도 관심이다.

    이뿐인가. 4세대 걸그룹 대표주자 뉴진스 역시 화려하다. 뉴진스 혜인은 루이비통의 앰버서더로 최근 파리를 찾았고, 하니는 구찌의 앰버서더로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온갖 카메라 세레를 받았다. 민지는 샤넬의 패션·뷰티·주얼리 등 세 부분을 한번에 맡은 첫 주인공이 됐다.

    패션지 인스타일 미국판은 "명품 패션은 현재 케이팝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단언한다. "둘 다 시각 예술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전달하고 브랜드 신화를 창조하는 미적 사업에 종사한다. 패션과 케이팝은 아름다움을 위해 화려함, 아름다움이 수용되는 산업이다. 아이돌 자체가 패션 하우스를 위한 완벽한 파트너인 셈이다.. 경계를 뛰어넘는 미학은 그들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들이 항상 다음 주요 트렌드를 촉발하기도 한다. 이는 곧 세상에 화제를 일으키려는 노력하는 명품 브랜드를 대중에 어필하도록 만든다."

    패션계 K셀럽이 미치는 영향력은 이제 거의 화제성을 넘어 수치로도 증명된다. CNN은 "특히 온라인에서 한국 스타들의 영향력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미국 스타들의 파워를 능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미디어 영향력 조사기관인 런치메트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킴 카다시안과 돌체앤가바나의 파트너십을 통해 쏟아진 각종 헤드라인과 온라인 가시성은 460만 달러 가치를 얻었다. 같은 시즌 파리에서 열린 디올 쇼에 등장한 블랙핑크의 스타 지수는 7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화제를 일으켰다고 조사됐다. 보통 '아이돌 시스템'의 맹점으로 지적됐던 엄격한 관리는 패션 등 소비재엔 긍정적 이미지로 전환됐다는 평가도 있다. 각종 문제를 일으켜 스타가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 반면 이미지 관리에 철저한 한국 스타들은 상대적으로 위험 관리에 강하는 평이다. CNN은 "한국 스타들은 엄격한 훈련을 받고 철저하게 통제되며 그들을 보호하는 스튜디오 시스템을 통해 면밀히 움직이며서 평판 관리를 한다"면서 "이는 그들과 함께 하는 브랜드에게 평판관리에 대한 위험성을 최소화 하며 한국 스타들을 더 신뢰할 수 장점으로 이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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