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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상주·문경, 추모공원 놓고 1년째 갈등

    권광순 기자

    발행일 : 2023.03.24 / 영남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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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 257억 투입 문경 접경지에 조성 추진… 인근주민 거센 반발

    지방자치단체 상생 모델로 평가받을 정도로 절친한 이웃이었던 경북 상주시와 문경시가 '공설 추모 공원 건립'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경북도와 행정안전부 등이 중재에 나섰지만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있다.

    문경시와 상주시는 산불 진화 헬기 공동 임차, 상수도 시설 공동 이용, 도로 건설 공동 투자 등 그동안 상생·협력을 잘하는 지자체로 꼽혀왔다. 그러나 상주시가 함창읍 나한리에 공설 추모 공원 건립을 추진하자 문경시가 '건립 반대'에 나서면서 밀월 관계가 깨졌다.

    상주시가 추진하는 공설 추모 공원 사업은 나한리 매봉산 자락 9만여㎡ 터에 봉안당(유골 보관 시설) 1만 기와 자연 장지(수목장림) 1만2000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국비·도비 등 총 257억원을 투입해 2027년까지 마무리한다는 게 상주시의 계획이다. 박종웅 상주시 노인장애인복지과장은 23일 "상주에는 사설 묘지 공원이 한 곳도 없어 구미 등 인근 지자체의 시설을 이용할 정도로 추모 공원이 절실하다"며 "지역 주민들을 위해 공설 추모 공원을 지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시는 지난 2020년 장사 시설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기본 구상 및 연구 용역을 거치는 등 3년 전부터 이 추모 공원 건립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7월에는 공모를 통해 부지를 매봉산 자락으로 최종 확정했다.

    문제는 이 추모 공원 조성 예정지가 문경시와의 접경 지역이라는 것이다. 추모 공원 예정지는 문경시 점촌1~5동에 바로 붙어 있다. 지자체 간 경계에서 불과 500m쯤 떨어져 있다. 점촌동엔 문경시청이 있고, 대단지 아파트 등 주거지가 발달해 있다. 문경시 측은 "점촌동엔 문경 인구 7만명의 절반이 넘는 4만명이 살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추모 공원 예정지가 확정되자 문경시 측은 "인근 점촌 주민들의 생활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해 8월 '상주 공설 추모 공원 건립 반대 문경 범시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됐고 이 대책위는 반대 시위를 꾸준히 벌이고 있다. 김억주 문경시 주민자치위원연합회장은 "상주시가 인접지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문경 도심 바로 옆에 공설 추모 공원 설치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집회를 통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수시로 밝혔는데도 상주시가 추모 공원 건립을 강행하려는 의도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상주시 측은 "추모 공원 예정지는 시민 공모를 거쳐 결정됐다"며 "매봉산 안에 추모 공원 시설이 들어서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했다. 상주시는 추모 공원 건립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 도시 간 갈등이 커지면서 경북도가 중재에 나섰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경북도는 상주·문경시 관계자와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 대학교수, 갈등 조정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회의까지 개최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 16일에는 이 문제를 논의하려 두 도시 간 실무협의회가 열렸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상주시 측은 "기존 부지와 함께 문경시가 주장하는 제3의 부지까지 포함한 타당성 조사를 해보자"고 했지만, 문경시 측은 "부지 선정 백지화 없이 더 이상 협의는 없다"고 맞서 협의가 결렬됐다.

    상주시와 문경시 간 갈등이 계속되자 행안부는 '2023년 제1차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에서 "상주시와 문경시 간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공설 추모 공원 건립을 '재검토 사업'으로 분류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는 "행안부의 결정은 상주 추모 공원 건립이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상주시 관계자는 "행안부의 지침이 주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 등으로 의견을 청취하라는 내용인 만큼 문경시와 협의를 지속해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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