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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납토성 규제 풀라" "못푼다"… 송파구·문화재청 충돌

    최종석 기자

    발행일 : 2023.03.24 / 사회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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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유물 나온뒤 개발 20년 올스톱… 區, 권한쟁의심판 청구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규제 완화 문제를 두고 송파구와 문화재청이 충돌하고 있다. 풍납토성 안쪽에는 주민 2만4000여 명이 살고 있는데 1997년 백제 유물이 나온 이후 건축 규제로 20년 넘게 재개발·재건축이 멈춘 상태다. 송파구는 지역이 슬럼화하고 주민들 재산권 침해가 심각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존 우선을 내세운다. 송파구는 최근 문화재청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과도한 규제로 구청의 자치(自治) 권한이 침해되고 있다"며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했다.

    풍납토성은 송파구 풍납동 일대에 있는 둘레 약 2.7㎞의 타원형 토성이다. 학계에선 백제 초기 수도인 위례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체 면적이 85만㎡이다. 이 토성 안쪽에 1만3000여 가구가 있다. 성곽은 1963년 사적(史蹟) 11호로 지정됐다. 이후 1997년 토성 안쪽 재건축 현장에서 토기 등 백제 유물이 나오자 정부는 성곽뿐 아니라 마을까지 사적으로 지정해 보존하기로 했다. 2001년부터 각종 건축 규제를 적용해 이 지역에선 지하로 2m 넘게 땅을 팔 수도 없고 7층이 넘는 건물을 지을 수도 없다. 사실상 건물 신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유적 발굴을 위해 보상금을 주고 집들을 수용하고 있다. 올해 보상 예산은 1000억여 원이다. 3.3㎡(1평)당 3000만~4000만원꼴로 지급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 돈 받아서는 주변으로 이사도 못 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토성 안과 밖의 집값이 약 2배 차이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정부가 1993년부터 올해까지 30년간 풍납토성 지역 수용에 쓴 보상금은 총 1조2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막대한 세금을 들이고도 수용한 주택은 보상 대상 주택의 57%(필지 기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21일 찾은 풍납토성 지역은 인근 잠실과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백제 유물이 발견되기 전인 1980~1990년대에 지은 2~3층짜리 빨간 벽돌집이 모여 있고, 곳곳에 울타리를 친 공터와 주차장이 있었다. 공터는 문화재청이 발굴 작업을 위해 보상금을 주고 수용한 집터다. 풍납토성주민대책위원회에서 만난 최동렬(67)씨는 "예전에는 큰 시장도 서고 인심 좋은 동네였는데 유물이 나온 이후 개발이 멈추고 여기저기 공터가 있어 밤에 다니기 무서운 동네가 됐다"며 "문화재를 보존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평생 산 동네에서 쫓겨나면 억울한 일"이라고 했다. 허묘강(85)씨는 "집이 낡아 여름에는 물이 새고 겨울에는 수도관이 언다"고 했다. 김홍제 주민대책위원장은 "정부가 20년 넘게 제대로 된 이주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찔끔찔끔 보상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파구청은 이 때문에 토성 내부 주민 거주 지역에 대한 규제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23일 "규제 20년이 넘었지만 보상이나 발굴 성과 모두 미흡한 상황"이라며 "왕궁 터로 추정되는 핵심 지구 외에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송파구는 문화재청이 5년마다 수립하는 '풍납토성 보존·관리 종합 계획'을 지난 2월 1일 고시하면서 송파구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자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했다. 문화재청이 송파구의 자치 업무 권한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계획 수립 과정에서 송파구와 협의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문화재 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 규제를 풀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 규제는 문화재보호법 등에 따른 것으로 과한 조치가 아니다"라며 "설명회도 여는 등 송파구청 및 주민들과 협의하며 풍납토성을 보존·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풍납토성 한 곳에만 매년 문화재청이 쓸 수 있는 보상 예산의 20%를 쓰고 있다"며 "주민 이주 대책에 대해 서울시와도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문화재청은 송파구가 낸 권한쟁의심판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풍납토성 문제와 관련해 대안을 찾기 위해 연구 용역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제는 문화재 보존과 주민 생활의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선진국 사례를 연구해 문화재청, 주민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풍납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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