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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뇌파'로만 조종… 드론이 공중제비 돌았다

    곽수근 기자

    발행일 : 2023.03.23 / 경제 B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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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 R&D 쇼케이스 가보니

    조종기를 든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바닥에 있던 드론이 공중으로 서서히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헤드셋처럼 생긴 뇌파측정기를 착용한 연구원이 드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곁에 있는 모니터 화면에는 자동차 속도 계기판처럼 생긴 뇌 집중력 게이지가 0에서 10, 20, 30으로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50을 넘어서자 갑자기 드론이 공중제비를 돌았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7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연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 쇼케이스'의 한 장면이다. 이날 체험 행사로 선보인 '뇌파로 조종하는 드론'은 한국뇌연구원이 개발한 기술로 뇌파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드론의 조종 시스템과 연동시킨 것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안전모 개발

    예를 들면 열심히 공부할 때 활성화되는 베타파(14~30㎐)가 증가하면 드론이 위로 날아오르는 식이다. 김기범 한국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긴장을 풀고 쉴 때 나오는 알파파(8~13㎐)를 줄이고, 베타파를 늘릴수록 드론이 높이 상승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뇌파를 조절하는 연습을 통해 실전에서 긴장하지 않도록 하는 훈련은 양궁, 사격, 카레이싱 등 집중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스포츠에도 적용되고 있다. 한국뇌연구원은 드론을 비롯해 사물인터넷을 조종하는 뇌파 처리·분석·접속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다. 이는 건설 현장의 안전모에 적용돼 뇌파로 주의력 약화를 실시간 감지하는 '스마트 헬멧'으로 상용화됐다.

    이처럼 뇌파를 전기신호로 바꿔 컴퓨터와 정보를 주고받게 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은 뇌 질환 치료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오가노이드'로 동물실험 대체

    미니 장기(臟器)로 불리는 오가노이드(organoid)도 이날 바이오 R&D 쇼케이스 행사에서 눈길을 끌었다. 장기(organ)와 닮았다는 의미를 지닌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의 일부를 배양해 만든 장기 유사체(類似體)를 말한다. 크기는 작지만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재현해 신약 개발 과정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데 쓰이고 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보다 윤리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운 편이어서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유해성 실험과 치료제 개발이 증가하는 추세다. 간·위장·심장·췌장은 물론이고 뇌와 편도선 오가노이드도 나왔다. 이날 행사에서 생명공학연구원이 선보인 대장·신장·폐·간·전립선 등 각종 오가노이드 모형은 방문객 발길을 붙잡았다. 2㎜의 장(腸) 오가노이드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신기해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장 오가노이드를 개발한 생명연은 미생물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연구를 해왔고, 이를 통해 장 발달을 촉진하고 염증성 장 질환에 보호 효능이 있는 새로운 유산균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오가노이드가 인체에 이로운 미생물을 발굴하는 데 효과적으로 쓰인 사례로 꼽힌다. 이 밖에도 바이오 업계에서는 예컨대 침샘건조증으로 손상된 침샘 조직을 침샘 오가노이드로 재생하는 등 다양한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소음과 폐쇄 공간의 MRI… AI로 개선

    밀폐된 장비 안에서 소음을 견뎌야 해 폐쇄공포증 환자들이 꺼리는 MRI(자기공명영상)의 단점을 보완한 기술도 관심을 모았다. 통상 30~40분 이상 걸리는 MRI 촬영 시간을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15~20분으로 대폭 줄인 것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이 기술은 2020년 페이스북 AI연구소가 연 'MRI 가속영상 AI 복원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됐다.

    이처럼 여러 연구개발 성과를 선보인 'R&D 쇼케이스'는 오는 5월 반도체, 6월 수소, 7월 이차전지 등으로 연말까지 분야별 이어달리기 방식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R&D 성과 달성을 이루다'라는 의미를 담아 행사 부제를 '알성달성'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연구 성과가 사업화로 직접 이어질 수 있는 협력적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며 "신기술·신산업 창출 가능성을 고려해 기초·원천 핵심 기술을 선별하고 전략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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