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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많고 많은 것

    김성신 출판평론가

    발행일 : 2023.03.23 / 특집 A2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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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와 함께하는 순간 중요하지만 혼자 있어도 씩씩하고 단단해지세요

    홍정아 글·그림 | 출판사 천개의 바람 | 가격 1만5000원

    이 책의 주인공은 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예요. 표지를 넘기면 면지의 아래쪽 귀퉁이에 작게 그려진 소녀의 모습이 보이네요. 풀밭 위에서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어요. 한 페이지를 더 넘기면 그림책의 첫 장면이 펼쳐집니다.

    소녀가 일어나 걸어오고 있어요. 붉은 꽃들이 한가득 피어난 화단 옆을 지나고 있고요. 노란 나비들도 주위를 날고 있네요. 눈이 부시게 화려한 풍경이에요. 그런데 소녀의 표정이 조금 이상해요. 아름다운 꽃으로부터 애써 눈길을 피하고 있어요. 페이지를 넘기자 염소 떼가 가득한 농장이에요. 이곳으로 얼른 달려와서 염소들과 놀고 싶었던 걸까요? 그림을 자세히 보면 그렇지가 않아요. 소녀는 모른 체하며 염소들과 반대 방향으로 지나가 버립니다.

    오늘 하루 아름답고 재미있고 신기한 것들이 너무나 많았지만, 소녀는 그것들을 모두 외면하고 있네요. 왜 그럴까요?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 걸까요? 이 책을 쓰고 그린 홍정아 작가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쉽게 해결해줄 마음이 없나 봐요. 별다른 설명이 없거든요. 대신 페이지마다 이런 알쏭달쏭한 구절들만 적혀 있을 뿐이죠. "넘치는 웃음 너머, 나 하나", "흔하디흔한 이야기 저편, 나 하나", "수많은 소식 저쪽, 나 하나".

    아무래도 이 호기심을 해결하려면 우리가 주인공 소녀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는 수밖에 없겠어요.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었던 주인공은 세상의 많고 흔한 것들은 자신을 이해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도 나를 이해 못 하니, 나도 아무에게도 관심 두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소녀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다가 '많고 많은 별빛 아래, 나 하나'라는 생각을 해요. 그러곤 꿈속으로 빠져들어요.

    바다 위를 나는 소녀의 눈에 바다로 들어가는 커다란 줄무늬가 보여요. 저게 뭘까요? 물속으로 따라 들어가 보니 물속에 사는 고양이의 꼬리였어요. 물고양이와 함께 소녀는 많은 것을 만나고 만져보고 탐험해요. 그러곤 함께한 이 경험을 통해 큰 기쁨과 행복을 느낍니다. 소녀는 이 여정을 통해 이전엔 몰랐던 것을 깨달았어요. '많고 많은 것 중 나라는 존재는 단 하나'라는 것과, '바로 그래서 좋다'는 것을요.

    홍정아 작가는 이 책을 쓰고 나서 '작업 노트'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고 해요. "물론 이야기는 함께하는 순간의 중요함을 이야기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이 세상엔 함께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많으니까요. 그들에게도 말하고 싶었어요. 혼자여도 씩씩하라고. 단단해지길 응원하고 싶었어요."
    기고자 : 김성신 출판평론가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31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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