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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뒷돈 상장' 수사, 5대 거래소로 번진다

    강우량 기자 유재인 기자

    발행일 : 2023.03.23 / 사회 A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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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가상화폐 광풍' 때 부실코인 불법상장 정황 포착

    검찰이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를 포함해 가상화폐 상장을 대가로 불법 '상장피(fee)'가 오고간 의혹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임직원 비위와 사기 사건 등을 잇따라 수사하던 중 이 같은 관행이 업계에 퍼져 있다는 다수의 제보와 관계자 진술을 확보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2부는 최근 업계에서 '5대 거래소'라고 불리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대형 거래소들을 포함해 다수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불법 상장피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27곳이고, 상장된 가상화폐는 625개에 달한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르면 특정 기업이나 단체 등이 가상화폐를 발행하면 시중은행의 실명 계좌를 확보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을 해야 일반인들이 주식 투자를 하듯 원화로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이 법이 생기기 전에 상장한 코인들의 경우 상장 기준과 심사 과정 등이 특히 더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지난 2017~2018년 전후 이른바 '코인 광풍'으로 불리는 가상화폐 투자붐이 일었을 때 거래소 상장만 하면 투자금이 대거 몰려드는 일이 많았다. 이런 와중에 거래소 관계자들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부실 코인'을 상장피를 받는 대가로 상장시켰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검찰은 이미 5대 대형 거래소 중 빗썸과 코인원에 대해서는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지난 10일에는 상장피 의혹과 관련, 빗썸 대주주인 빗썸홀딩스 대표 이상준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지난 21일에는 코인원의 상장 담당 직원이었던 전모씨를 상장피 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전씨와 동료 직원 A씨는 3억4000만원과 5억9000만원의 상장피를 받고 예술작품 관련 가상화폐인 '피카코인' 등 코인 29개를 상장시켜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빗썸과 코인원 외 다른 대형 거래소들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면밀히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각 거래소는 나름의 상장 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다지만, 사실상 '깜깜이 상장'이라는 지적도 있다. 상장 심사 절차가 구체적으로 뭔지, 심사에 관여하는 사람은 누군지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실한 가상화폐가 상장되면 거래소와 코인 발행사만 이익을 보고 피해는 결국 투자자 몫인 만큼, 상장피 관행은 중대한 금융 범죄라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나머지 대형 거래소 등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거래소 관계자가 상장피를 요구하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얘기가 많다. 특히 상장 관련 브로커가 다수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가상화폐 관련 사건을 다수 변호한 법조계 관계자는 "브로커마다 명품 시계부터 비트코인, 현금 등 다양한 금품을 요구한다는 얘기가 돈다"고 전했다. 김경남 포유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도 "대형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는 안정성이 높다고 인식되기 때문에 상장 사실만으로도 가상화폐 가격이 뛰게 된다"며 "이를 노려 상장 업무에 관여하는 이들이 상장피를 받는 일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가상화폐 관련 범죄를 수사해온 검찰 등은 최근까지 수사에 난항을 겪는 일이 많았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 방침이나 가이드라인, 법적 지위 등이 불분명해 어디부터 불법인지 해석의 여지가 많았던 탓이다. 수사에 필요하다고 압수수색 영장 등을 청구해도 법원에서 기각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험이 계속 쌓이면서 분위기가 다소 달라져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거래소들은 줄곧 상장피의 존재를 부인해왔다. 상장 심사 기준과 절차를 따를 뿐, 인위적인 개입으로 상장 여부가 좌우되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기존 은행이나 금융투자회사 직원들과 달리 가상화폐 업체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청탁에 대한 경각심이 덜한 듯하다"면서 "투자자 피해가 더 확산되기 전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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