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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투수와 타자, 세기의 대결… 오타니가 끝냈다

    성진혁 기자

    발행일 : 2023.03.23 / 종합 A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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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최강 미국 꺾고 WBC 14년만에 우승

    9회초 투 아웃, 점수는 3-2. 일본이 한 점 앞선 상황. 마운드에는 일본 오타니 쇼헤이. 타석엔 미국 마이크 트라우트. LA 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는 MLB (미 프로야구) 두 선수가 만났다. 당대 최고로 불리는 투수와 타자가 WBC 우승을 가리는 마지막 승부를 펼쳤다.

    볼 카운트는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오타니는 여섯 번째 공으로 슬라이더를 택했다. 시속 87마일(약 140㎞)짜리 공이 타자 몸 쪽에서 바깥쪽으로 흘러갔고, 트라우트가 헛스윙을 하면서 그대로 경기는 막을 내렸다. 오타니는 모자와 글러브를 벗어던지며 포효했다. 일본 선수들은 모두 마운드 쪽으로 달려나와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일본이 미국을 3대2로 꺾고 2006년, 2009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이자 14년 만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정상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대회 MVP는 오타니.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그는 이번 대회 7경기에 타자(3번)로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10볼넷을 기록했다. 투수로는 3경기에서 9와 3분의 2이닝을 책임지며 2승 1세이브(평균자책점 1.86, 11탈삼진)를 올렸다.

    오타니는 22일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 결승전을 앞두고 라커룸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지금부터 하나만 말하겠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1루에 골드슈밋, 외야에 트라우트, 무키 베츠…. 야구를 한다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하지만 미국 선수들에게 동경심을 가지고 있으면 넘을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 우승하기 위해 왔다. 오늘 하루만큼은 동경심을 버리고 승리만을 생각하자." 선수단 30명 전원이 메이저리거이고, 결승전 선발 타자 기준 2023년 연봉이 2억달러(약 2616억원)가 넘는 '야구 종가(宗家)'에 주눅들지 말고 싸우자는 정신 무장이었다.

    기선을 잡은 쪽은 미국.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가 2회초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가 던진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터너의 대회 5호포, 2006년 WBC 이승엽 현 두산 감독이 세웠던 단일 대회 최다 홈런 타이를 이뤘다. 일본은 2회 말 지난해 일본 리그 홈런왕(56개)인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의 1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미국 투수는 한국에서도 뛴 메릴 켈리(현 애리조나·전 SK와이번스). 무라카미는 전날 멕시코와 4강전에서 4-5로 뒤지던 9회말 역전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때려 부진에서 벗어나더니, 결승에서도 한 방으로 자존심을 세웠다. 일본은 이어 1사 만루에서 내야 땅볼로 1점을 더 뽑아 2-1로 뒤집고, 4회 말엔 솔로 홈런으로 3-1까지 달아났다. 일본은 8회 미국에 1점 홈런을 뺏겨 3-2까지 쫓겼으나 9회 마무리투수로 등판한 오타니가 1이닝을 무실점(1볼넷)으로 막고 승리를 결정지었다. 오타니는 이날 타자로 두 번 출루(3타수 1안타 1볼넷)한 뒤 경기 중반부터 불펜으로 이동해 등판 준비를 했다. 타순이 돌아오면 다시 달려와 헬멧과 배트를 챙기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오타니는 당초 8강전 이후 마운드에 서지 않으려고 했다가 결승전 불펜 등판을 자원했다. 마지막 순간 맞대결을 펼친 트라우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하게 12년 총액 4억달러(4억2650만달러·약 5581억원)가 넘는 계약을 했고, 올해 연봉 3712만달러(약 486억원)를 받는 수퍼스타이자 미국 대표팀 주장이었다. 그는 "1라운드는 오타니의 승리"라면서 "대회를 정말 즐겼다. 우리는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타니는 고교 시절부터 이른바 '만다라트 기법'을 활용해 인생 목표들을 설계하고 차곡차곡 달성한 걸로 유명하다. 핵심 목표 1개마다 8개 실천 과제를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달성해가는 자기 단련법이다. 2018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2021년 아메리칸리그 MVP에 이어 이번 WBC 우승과 MVP를 거머쥐면서 또 하나의 성취를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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