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여유로운 파우스트, 차갑고 빠른 메피스토… 유인촌·박해수의 '불꽃'

    박돈규 기자

    발행일 : 2023.03.22 / 문화 A20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31일 개막 연극 '파우스트' 연습 현장을 가다

    "당신의 영혼을 걸고 내기를 할까요?"

    연극 '파우스트' 포스터에는 이런 질문이 적혀 있다. 악마 메피스토(박해수)는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도 환멸을 느끼는 노학자 파우스트(유인촌)를 두고 신(神)과 내기한다. 메피스토는 "파우스트는 독 안에 든 쥐고, 당신은 결국 그자를 잃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파우스트는 과연 어둠 속에서도 올바른 길로 갈 것인가?

    21일 오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파우스트' 연습 장면이 처음 공개됐다. "아무리 애를 써도 만족감이 채워지질 않는다"고 한탄하는 파우스트 앞에 검은 개의 가죽을 쓴 메피스토가 나타난다. 십자가를 손에 쥔 파우스트는 그가 어둠의 일부, 악마라는 것을 간파한다. 메피스토는 해골을 어루만지면서 거래를 제안한다. 인생의 쾌락을 알려주는 대가로 영혼을 요구하는 것이다. 박해수의 메피스토는 차갑고 날카로우면서 빠르게 움직였다. 유인촌의 파우스트는 서두르지 않으며 무게감과 여유를 보여줬다.

    메피스토는 파우스트에게 젊음을 선물한다. 늙은 파우스트와 젊은 파우스트를 각기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것도 볼거리다. 마녀의 솥단지에서 나온 영약을 마시고 젊어진 파우스트(박은석)는 거리에서 마주친 소녀 그레첸(원진아)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는 메피스토의 능력을 빌려 그레첸에게 구애하고 마침내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그레첸과 젊은 파우스트가 꽃점을 치는 대목은 앞 장면과는 완전히 다른 순수와 서정이 있었다.

    이날 연습 공개 후 열린 간담회에서 유인촌은 "괴테의 '파우스트'는 250년 전 작품이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거울처럼 현대인을 비춘다"며 "이 연극의 결말이야말로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1997년에 메피스토로 무대에 오른 적이 있는데 그때는 파우스트가 이렇게 고통스러운 배역인 줄 몰랐다(웃음). 박해수와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숙제를 하나씩 해결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하는 박해수에겐 5년 만의 연극 복귀작. 그는 "어떤 연극을 보러 간다는 것은 누군가의 가치관을 경험하는 일"이라며 "보고 싶으면 보고 끄고 싶으면 끌 수 있는 장르와는 다르다. 행복하게 연습한 만큼 '파우스트'만의 깊은 맛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수는 "악의 평범성, 악한 인물도 시초에는 어떤 씨앗이 있다는 생각으로 배역에 다가갔다"고 덧붙였다.

    영화 '롱 리브 더 킹'과 드라마 '지옥'의 주연 배우 원진아는 이번이 연극 무대 데뷔다. 편집되지 않는 연기지만 발성과 움직임은 안정적이었다. 원진아는 "연습하면서 내 20대를 돌아볼 수 있었다. 고민이 많고 실수도 하고 방황도 하는 젊은 관객들이 봤으면 좋겠다"며 "이 연극을 보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31일 개막하는 '파우스트'는 LG아트센터가 마곡으로 이전한 뒤 제작하는 첫 연극이다. 독일 문학의 거장 괴테가 일생에 걸쳐 쓴 이 희곡은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로 기억된다. '코리올라누스' '페르 귄트' 등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온 양정웅이 1300석 대극장 연극의 연출을 맡았다. 그는 "거대한 LED 패널로 초현실과 판타지를 표현하며 흙은 다량의 코르크로 구현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임일진의 무대미술, 장영규의 음악도 기대된다. 상연 시간 165분. 중학생 이상 볼 수 있다. 공연은 4월 29일까지.
    기고자 : 박돈규 기자
    본문자수 : 169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