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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3월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2) 강석경 '툰드라'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 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

    발행일 : 2023.03.22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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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툰드라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가 3월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이달 독회 추천작은 2권. '우리의 환대'(장희원) '툰드라'(강석경)입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에 싣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꽃샘추위는 봄을 재촉하는 간지럼이었다. 이제 곧 아지랑이가 오를 것이다. 한데 여기에서 시간을 빼보자.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흐르지 않고, 겨울이 통째로 그냥 봄이다. 추위 속에 열탕이 끓고, 햇살이 냉동고다.

    이런 구상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모습은 '아이 밴 노파' 점토에서 보인다. 러시아의 비평가 미하일 바흐친은 이 테라코타를 두고 '신생아를 품은 죽음'이라고 풀이하고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고 불렀다.

    노장 강석경의 문학적 열정이 이와 다르지 않다. 그는 '숲속의 방'이 큰 화제를 일으켰던 1986년 이후, 기이한 과작 상태에 놓였다. 그리고 이제 소설집 '툰드라'를 냈는데,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은 멀찍이 놓인 징검돌들처럼 37년 사이를 띄엄띄엄 잇고 있다.

    그러나 작품들을 읽어 보면, 이는 분명 처절한 귀환의 도정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요컨대 그는 자기에게 닥친 요령부득의 멈춤으로부터 삶으로 돌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 귀환 속에서 작가는, 불모성의 아가리에서 생명이 튀어나오기를 꿈꾼다.

    한국의 작가는 부활의 '시간'을 찾는다. 문제는 그 시간이 자연의 시간과 같을 수가 없다는 것. 왜냐하면 자연은 순환하지만, 인간은 단 한 번의 생을 살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신체적인 삶은 모두 '죽음에 이르는 경로'에 일방적으로 갇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신생으로의 역진 루트를 찾을 수 있는가? '아이 밴 노파'는 시간이 없어도 그걸 해냈는데, 그 증거는 바로 그녀의 웃음이다. 배가 불룩한 할머니가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이보다 더 살아 있는 생명이 있는가?

    우리의 작가는 그렇게 능청스러울 수가 없다. 그래서 시간의 알고리즘을 계속 찾는다. "세상과 화해할 수 없는 절해고도의 자아" "굶주린 허무의 나비"는 어떻게 "봄의 변방"에서 봄 한복판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인용한 대로 그의 물음은 시시각각으로 이미지들을 탄생시킨다. 그렇게 해서 생명의 꽃그림들이 지면을 부단히 채색한다. 이미지들은 현실과의 작별을 가능케 하지만,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 효과는 만만치 않다. 작품의 결락은 독자를 부추긴다. 독자는 책 안에 표현된 비유들에 매혹되어 죽음에서 생명으로 가는 경로를 스스로 찾고 싶어진다. 독자의 의욕은 불끈불끈 솟는다. 그게 '툰드라'에서 피어난 "석양꽃"들이다. 소설의 승리는 거기에 있다.

    ☞강석경

    1974년 등단해 장편소설 ‘내 안의 깊은 계단’ ‘미불’ ‘신성한 봄’, 소설집 ‘숲속의 방’ 등을 냈다. ‘툰드라’는 37년 만에 발표한 소설집이다.
    기고자 :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 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46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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