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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뮤지컬' 등장… 아침부터 관객이 움직인다

    박돈규 기자

    발행일 : 2023.03.21 / 문화 A1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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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지는 공연 시간표

    "지금 입장 시작합니다!"

    안내가 들리자마자 40~6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로 들어갔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뮤지컬 '다시, 봄'(연출 이기쁨) 모닝 상품이 개시한 날이었다. 평소라면 해 질 녘까지 잠에 빠져 있을 어두운 극장이 환하게 불을 밝혔다. 이날 객석 풍경은 모닝 뮤지컬의 잠재 고객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같은 동네 사는 주부 셋이 함께 왔어요. 집 정리하고 나면 오전 11시쯤 돼요. 그 시간에 우리가 공감할 만한 뮤지컬을 30% 싸게 보고 식사하며 수다도 떨 수 있으니 일석삼조죠." 이날 '다시, 봄'을 본 김은형(57·서울 이촌동)씨는 "저녁이나 주말에는 움직이기 힘들어 낮 공연을 골라 본다"며 "주부 관객에겐 오후 2~3시보다 오전 11시가 낫다"고 했다.

    밤에 묶여 있던 공연 시간표(timetable)가 낮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자 평일 마티네(matin?[e·낮 공연)가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뮤지컬 '데스노트' '맘마미아!' '오페라의 유령' '베토벤' '레드북' '루쓰', 연극 '파우스트' '셰익스피어 인 러브' '아마데우스' 등이 오후 2~3시 공연을 잇따라 배치하고 있다. 급기야 오전 11시 뮤지컬까지 등장했다〈표 참조〉.

    서울시뮤지컬단이 제작한 '다시, 봄'은 목요일 오전 11시, 금요일은 오후 3시에 공연한다. 평일 낮 관객은 십중팔구 여성. 연령대는 50대가 38%로 가장 많고 40대(26%), 60대(25%) 순으로 나타났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평일 낮은 저녁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주부 관객을 모을 수 있는 틈새 시장"이라며 "콘텐츠와 부합한다면 앞으로도 마티네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전통적으로 밤 문화다. 그런데 중년 관객이 많은 '맘마미아!'는 평일 낮 공연 예매율이 약 50%로 저녁 공연(약 30%)을 훨씬 웃돌고 있다. 낮이 밤을 이기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신시컴퍼니 최승희 실장은 "올해부터 평일 마티네는 할인하지 않지만 주말 공연 못지않게 판매가 순조롭다"며 "매진될 경우 평일 낮 공연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강서구 마곡 LG아트센터에서 연극 '파우스트'를 공연하는 샘컴퍼니도 "수요일 낮 공연 예매자는 저녁 공연과 비슷한데 여성과 40~60대 비율은 더 높다"고 전했다.

    코로나로 한때 밤 10시 전에 공연을 마치느라 시간표를 대수술해야 했던 공연계에 진짜 봄이 돌아온 분위기다. 마티네 붐과 함께 공연 시간표에 탄력이 생기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소비자 편의에 맞게 새로운 시간, 새로운 관객을 발굴한다는 점에서 고무적 현상"이라며 "일본에서는 낮에 오는 주부 관객을 위해 장바구니를 넣을 코인 라커까지 공연장에 설치하고 출구는 쇼핑몰 식품 매장으로 연결한다. 한국 공연계도 외연을 확대할 다양한 서비스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4월 1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다시, 봄'은 현실에 치여 나를 잊고 살던 중년 여성 7명이 오랜만에 관광버스로 나들이하며 '인생 2막'을 여는 이야기다. 평균 나이 54세인 배우들을 인터뷰해 대본을 구성했다. 이 뮤지컬 삽입곡 '인생길 버스 여행'은 이렇게 흘러간다. "내 나이 벌써 반백 살이래/ 언제 이렇게 됐는지/ 최선을 다해 살았지/ 남편, 아이들 챙기며/ 이러다 죽으면 묘비명/ 밥만 하다 죽었다~."

    [표] 평일 아침·낮 공연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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