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금융위기 승자' 자만하다… 167년 명가 크레디스위스 몰락

    김신영 기자 홍준기 기자

    발행일 : 2023.03.21 / 종합 A8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시총 3분의1 받고
    UBS에 헐값 매각

    167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스위스의 '금융 명가'로 이름이 높았던 크레디스위스가 시가총액의 3분의 1 수준에 헐값 매각되면서 글로벌 금융가에 충격이 번지고 있다. 1856년 스위스 철도 건설에 필요한 금융을 위해 세워진 크레디스위스는 1988년 미국에 진출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억만장자를 위한 은행'을 표방하며 고액 자산가들의 돈을 끌어모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과 유럽의 다른 대형 은행에 비해 타격이 작았던 크레디스위스는 2009년 시가총액이 미국 대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뛰어넘었다. 이처럼 승승장구한 것이 독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융 위기 때 망할 뻔했다가 기사회생한 미국 은행들은 '한 방'을 노릴 수는 있지만 과도한 위험 부담을 안아야 하는 투자은행(IB) 부문을 점차 줄여갔다. 하지만 크레디스위스는 오히려 IB 분야를 곱절로 늘리며 공격적인 영업을 했다"고 전했다. '금융 위기의 승자'라는 과도한 자신감이 위험을 키웠다는 것이다.

    크레디스위스의 위험한 사업 관행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 2021년 4월 불거진 '아케고스 사건'이다.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이 운용하는 펀드 '아케고스'가 투자한 주식이 일제히 폭락하며 펀드에 돈을 댄 대형 투자은행이 손실을 보았는데, 가장 공격적으로 자금을 댄 은행이 크레디스위스였다. 2020년 순이익의 두 배 수준인 55억달러(약 7조원)를 날렸다.

    금융 위기 때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이 자기 쇄신을 위해 자금 세탁 방지, 직원 규율 강화 등을 추진했지만 크레디스위스의 내부 통제는 허술한 채로 남아 있었던 것도 문제를 일으켰다. 사건·사고가 이어졌고 벌금과 합의금으로도 막대한 돈이 나갔다. 뇌물을 받고 불법적인 채권을 발행했다가 모잠비크 정부에 제소를 당하고(2019년 3월), 전직 임원을 미행하다 걸려 최고경영자가 사퇴하고(2020년 2월), 불가리아 코카인 밀수 조직의 돈세탁에 연루되는(2022년 6월) 등 추문이 끊이지 않았다. 2020~2022년 사이 합의금·벌금으로 쓴 돈이 40억달러에 달했다.

    [그래픽] '급락에 급락' 반복한 크레디스위스 주가
    기고자 : 김신영 기자 홍준기 기자
    본문자수 : 107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