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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오스카 시상식은 인간 극장이었다. 특히 연기상 부문이 그랬다. 홍콩 액션 스타로 시작한 양자경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오스카 최초 아시아인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됐다. 요즘은 표준 중국어로 앙자경을 '양쯔충'이라 표기하는 게 유행인 것 같다. 나로서는 양쯔강에 사는 이름 모를 벌레가 자꾸 떠올라서 괴롭다. 양자경은 미스 말레이시아 출신 말레이시아 국적 배우다. 그냥 양자경이라고 해도 문제없다는 소리다.

남녀조연상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쓸어갔다. '인디아나 존스 2' 아역 배우로 명성을 얻었던 키 호이 콴은 30여 년 만의 복귀작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옛 스타 토니 커티스와 재닛 리의 딸이지만 '핼러윈' 시리즈 등 주로 B급 장르 영화에만 출연해 온 제이미 리 커티스도 트로피를 들고 외쳤다. "엄마, 아빠 저 오스카 탔어요!"

올해 오스카 케이크의 가장 커다란 장식은 남우주연상이었다. '미이라' 시리즈에서 근육질 스타로 활약한 브렌던 프레이저는 건강 문제로 거의 은퇴한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체중이 불은 그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며 오랫동안 놀려먹었다. 더는 누구도 그를 놀려먹을 수 없을 것이다. 프레이저는 272kg 초고도비만으로 집 안에 갇혀 살아가는 남자를 연기한 '더 웨일'로 오스카를 거머쥐었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듯한 감동적인 연기였다.

그런데 브렌던 프레이저가 초고도비만으로 분장한 '더 웨일'이 분장상을 받자 소셜미디어에 불평이 쏟아졌다. 많은 사람이 이 수상을 두고 비만에 대한 조롱이자 혐오라며 화를 냈다. 왜 초고도비만인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냐는 비판도 있었다. 272kg 배우가 살아서 연기를 할 수 있다면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분노를 위한 분노는 소셜미디어의 새로운 트렌드니 놀랄 것도 없다. 하지만 비누 회사 '도브'가 여기에 동의하며 "비만인 분장에 상을 주지 말라"는 글을 공식 계정에 올렸을 때 나는 잠시 넋을 잃었다. 아무리 비누를 더 팔고 싶어도 이런 식은 곤란하다.

초고도비만인에게 "모든 몸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올바른 일인가. 아니면 일종의 가스라이팅인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당신은 비만인 친구에게 "모든 몸은 아름다워. 너도 아름다워"라고 말할 것이다. 그 아름다운 친구는 아마 당신 인생의 절반도 살지 못한 채 갖은 병으로 고통받다 죽을 것이다. 당신은 체육관에서 만든 몸에 44 사이즈 검은 옷을 걸치고 장례식에 가서 눈물을 흘릴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그랬다. 칭찬을 들으면 춤추는 고래는 모두 수족관에 갇혀 있다. 온갖 병을 앓다 일찍 죽는다. 그렇다. 이 글은 밤마다 야식을 먹고 혹등고래처럼 솟은 배를 만지며 콜레스테롤 약을 삼키는 비만 직전 칼럼니스트의 다짐이다. 내일은 꼭 PT를 끊을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건 칭찬이 아니다. "회원님 그렇게 살다가는 죽어요. 한 번만 더 땡겨요"라는, 과학적으로 올바른 채찍질이다. 기고자 : 김도훈 문화 칼럼니스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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