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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기업들, 앞다퉈 신제품 출시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선 중국 테크 업체들의 AR(증강현실) 기기를 체험하기 위해 관람객들이 길게 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TCL은 CES에서 AR 안경 '레이네오 X2'를 선보였고, 샤오미는 MWC에서 무선 AR 안경 '디스커버리 에디션'을 공개해 인기를 끌었다.

열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테크 업계에선 올해 애플이 사상 처음으로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MR(혼합현실) 헤드셋 '리얼리티 프로(가칭)'가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팀 쿡 애플 CEO가 출시를 연기하려는 직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연내 MR 기기 출시를 강행하고 있다"고 지난 12일 보도했다. 삼성도 참전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2014년 출시한 VR(가상현실) 헤드셋 '기어 VR' 이후 약 10년 만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하드웨어 최강자 삼성, 모바일 칩 최강자 퀄컴, 그리고 운영체제(OS)·플랫폼 최강자인 구글이 손잡고 제대로 된 XR(확장현실)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최근 '갤럭시 글래시스'라는 이름의 상표권도 출원했다. 콘텐츠 부족, 기술 미비로 불씨가 꺼졌던 VR, AR 기기 시장이 부활하는 모양새다.

◇속속 뛰어드는 테크 기업들

현재 VR 기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메타다. 지난 2014년 VR 기기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한 이후 줄곧 이 시장에서 80%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를 지켜왔다. 지난해 10월에는 '메타 퀘스트 프로'도 출시했다. 기기 내부에 5개의 센서가 있어 사용자의 얼굴 표정을 인지해 메타버스 내 아바타에 반영하는 게 특징이다. 사용자가 활짝 웃거나 얼굴을 찡그리면 아바타도 같은 표정을 짓는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VR·AR 헤드셋 시장에서 메타 점유율은 75%(작년 3분기 기준) 수준이다.

메타가 시장을 이끄는 가운데 글로벌 테크 기업들도 최근 속속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 기간 게임, 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확산되면서 덩달아 VR·AR 기기 수요가 커진 게 주효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특히 충성 고객이 많은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는 올해를 기점으로 시장이 커지고, 관련 서비스도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도 메타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 산하의 피코가 11%, DPVR은 9%의 점유율로 메타를 추격하며 각각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VR을 디지털 경제의 핵심 산업 중 하나로 꼽고 적극적으로 지원책을 펴고 있다. 중국은 오는 2026년까지 총 2500만대 이상의 VR 기기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시장조사 업체 IDC는 세계 VR·AR 시장 규모가 작년 138억달러(약 18조원)에서 오는 2026년엔 509억달러(약 66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편의성, 가격은 여전히 과제

VR·AR 시장 확대의 관건은 기기의 가격과 무게, 그리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메타도 작년 10월에 출시한 최신 VR 기기 '메타 퀘스트 프로' 가격을 종전 1499.99달러(약 195만원)에서 이달 초 999.99달러(약 130만원)로 대폭 낮췄다. 메타는 가격을 내리면서 "우리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연내 출시할 기기 가격을 3000달러(약 391만원) 안팎의 고가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충성 고객이 많은 애플의 프리미엄 정책이 과연 가상현실 기기 시장에서도 통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기기 발열, 배터리 문제뿐 아니라 장시간 활동하기에 다소 무겁고 거추장스럽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메타 퀘스트 프로는 헤드셋 뒷면에 배터리 팩이 달려 있어 무게가 722g에 달한다. 이 때문에 애플의 MR 헤드셋은 알루미늄·탄소 섬유를 사용해 크기와 무게를 대폭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HTC가 올 초 출시한 선글라스 모양의 VR 헤드셋 '바이브 플로'도 189g의 무게를 구현했다.

메타는 콘텐츠 개발에도 적극 나서며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메타는 지난해 VR 게임 제작사 3곳을 추가 인수하며 '베헤모스' '아이언맨VR' 등 전용 콘텐츠를 공개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점차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상현실 기기의 크기는 작아지고 무게도 가벼워지고 있다"며 "여기에 콘텐츠까지 보강되면 관련 시장도 본격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가상현실 시장에 뛰어든 테크 기업들 기고자 :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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