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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맛과 섬] (131) 거문도 미역귀탕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발행일 : 2023.03.15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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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꽃 소식과 함께 햇미역이 남쪽 어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미역이다. 마른 미역은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물미역은 이즈음에 봄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이다. 미역 채취는 지역에 따라 4월부터 태풍이 오는 8월까지 다양하다. 수온과 조차 등의 차이가 성장 속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울릉도부터 마라도와 백령도까지 국토 끝 섬에서 바다를 지키는 섬사람들의 오롯한 벗이 되어 준 해초다. 때로는 뭍으로 간 아이의 학비가 되었고, 때로는 속없는 남편의 노름빚을 갚는 비용이 되기도 했다. 명절에는 미역 추렴을 해 소를 잡고 돼지를 잡기도 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좋은 미역을 찾아 더 깊은 곳으로 물질을 했을 터다. 생명줄 같은 미역바위를 매년 추첨을 해 주인을 정하고, 집집마다 정해진 인원이 참가해 공동노동하며 똑같이 나누기도 했다. 물질을 못하는 사람들은 미역을 추리고 가닥을 만드는 일을 했다.

    그 일도 못하는 사람에게도 마을공동체에서 반짓(절반)을 몫으로 주었다. 미역이 없으면 굶어야 하는 생명줄인 탓이다. 한 올 두 올 더해 한 가닥 미역을 곱게 말려 이고 지고 전국을 누비면서 단골집에 미역을 팔았다. 이런 행상을 완도에서는 '인꼬리'라고 했고, 가거도에서는 '섬돌이'라고 불렀다.

    미역이 화폐로 통용되다 보니, 섬사람들은 온전한 미역 한 가닥을 밥상에 올릴 수 없었다. 정작 미역을 채취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미역보다 미역 가닥을 만들고 남은 줄기나 미역귀를 밥상에 올렸다. 거문도에서는 봄철이면 잘 말렸다가 보릿고개를 넘기는 요긴한 식량으로 사용했다. 그 음식이 미역귀탕이다.

    마른 미역을 물에 불려서 잘 씻은 후 마늘과 파에 들기름을 넣고 살짝 익히듯 기름장을 만든다. 여기에 미역귀를 넣어 볶다가 육수를 넣은 후 홍합이나 해물을 넣는다. 그리고 밀가루를 넣고 끓인다. 마지막으로 청양고추와 방아잎을 넣어 준다. 지금은 쌀가루나 들깻가루를 넣기도 한다. 옛날에는 잔치 음식으로 손님들에게도 내놓기도 했다. 봄을 나기가 힘들었던 먼바다 섬사람들의 음식이었다.
    기고자 :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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