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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희의 환경칼럼] 日 오염 처리수, 국제 검증 결과 보고 판단할 일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발행일 : 2023.03.15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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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과학기술원과 원자력연구원이 지난달 16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를 방류할 경우 우리 해역에 미치는 삼중수소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놨다. 바다에 들어 있는 기존 삼중수소량이 L당 0.172베크렐인데, 10년 뒤 그것의 17만분의 1인 0.000001베크렐이 추가된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방류수는 미국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하와이를 거치며 태평양을 크게 한 바퀴 돈 후 4~5년 뒤부터 한반도 부근에 닿는다. 그 과정에서 확산, 희석돼 삼중수소 영향은 의미 없는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내 탱크 1066개엔 오염 처리수가 132만㎥ 저장돼 있다. 삼중수소 총량은 780조베크렐이라고 한다. 시뮬레이션은 일본이 오염 처리수를 충분히 희석해 매년 22조베크렐씩 30년간 방류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또 다핵종방사능제거설비(ALPS·알프스)가 세슘 등 다른 방사성 물질은 안전한 수준까지 걸러낸다고 상정했다. 삼중수소는 화학적 물성이 일반 수소와 동일해 알프스 설비로는 제거할 수 없다.

    삼중수소는 자연계에 폭넓게 존재한다. 우주 방사선이 성층권에서 공기 분자들과 부딪쳐 삼중수소를 생성해 낸다. 그것들이 비에 씻겨 내려온 뒤 강물을 거쳐 바다로 들어간다. 매년 새로 만들어지는 삼중수소(5경~7경베크렐)는 후쿠시마 연간 해양 배출 계획량(22조베크렐)의 대략 2500배쯤 된다. 그렇더라도 방사성 오염 물질을 바다로 그냥 내보내겠다는 것이니 민감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도 원전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삼중수소를 바다로 희석 방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중수로인 월성 원전에서 많이 내보낸다. 한국수력원자력 자료를 보면 작년 한국 원전들의 삼중수소 배출량은 213조베크렐에 달했다. 우리가 후쿠시마 방출 예정량의 10배를 일상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봐도 캐나다의 3개 중수로 단지에서 연 1860조베크렐(2021년·후쿠시마 방류 예정량의 85배), 영국 셸라필드 재처리 설비에서 1540조베크렐(2015년·70배), 프랑스 라아그 재처리 설비에선 무려 1경3700조베크렐(2015년·623배)의 삼중수소를 바다로 내보냈다.

    오염 처리수 문제는 신뢰할 만한 국제 검증을 통해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이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21년 7월 한국을 포함한 11국 전문가로 모니터링TF를 구성해 활동 중이다. 그와 별도로 작년 3월부터 10월까지 세 차례 IAEA 입회 아래 채취한 오염 처리수 시료를 한국·미국·프랑스·스위스 4국에 보내 분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후쿠시마 일대 바다에서 채취한 어류·해조류·해저 퇴적물 시료도 4국에 배송됐다. 분석을 맡은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4국의 1차 평가 결과가 IAEA에 모인다.

    일본의 오염 처리수 방류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IAEA의 교차 검증 결과가 그간 일본 측 설명과 크게 거리가 있다면 일본이 해양 방류를 관철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해양 방류에 시비 걸기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 우리가 10배 더 방류하고 있고, 해류 흐름상 우리가 태평양 연안국 가운데 가장 늦게, 가장 약한 강도로 영향받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물론 방류 과정에서 일본이 약속을 성실히 준수하는지 국제 감시가 필요한 건 당연하다.

    국제 검증의 핵심은 오염 처리수에 세슘, 스트론튬 등 삼중수소 외의 고(高)독성 방사성 물질이 우려할 수준으로 포함돼 있지는 않은가 하는 점이다. 평가 결과는 머지않아 나온다. 평가 작업에 우리 전문가들이 참가해 있다. 국제 검증 결과를 보고 나서 입장을 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지금 여러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지만, 감정적 요소들이 묻어 있다. 냉정한 계량적 평가가 중요하다. 비논리적 주장이 얼마 동안 시야를 흐릴 수는 있겠지만, 나중에 그것이 터무니없는 과장으로 판명되면 우리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

    일본이 오염 처리수를 바다에 버리겠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누군가 알고 지내는 사람이 호수로 어떤 배설물을 버리는 걸 목격했다고 치자. 아무리 나와는 직접 관련 없다고 해도 기분 나쁜 건 기분 나쁜 것이고, 그의 품격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더라도 그 사람과 내가 지속적으로 부대끼며 관계를 유지해 가야 하는 입장이라면, 점잖게 충고하는 것을 넘어 아예 상종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삿대질하는 것도 신중치는 않은 태도다. 과도한 감정 소모는 나에게도 피곤한 일이다. 특히 국제적 절차에 따라 문제가 처리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다만 일본 측 설명과 아주 다른 평가 결과가 나온다면 그건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일 것이다.
    기고자 :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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