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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05) 마스크서 벗어나기

    김규나 소설가

    발행일 : 2023.03.15 / 여론/독자 A3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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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눈물이 내 이마에 떨어지는 게 느껴졌어.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물이었지. 그녀의 눈물이 내 가면 뒤에 있는 얼굴 전체를 적셨고 내 눈물과 섞여서 뒤범벅이 되었다네. 난 그녀의 눈물을 단 한 방울도 버리고 싶지 않아서 가면을 벗어던졌어. 그런데도 그녀는 날 피하지 않더군. 그녀는 분명 나를 위해서 함께 눈물을 흘렸지. 우리 두 사람은 끌어안고 함께 눈물을 흘린 거야. 오, 신이시여. 이제야 최고의 행복을 선물해주셨군요.

    - 가스통 르루 '오페라의 유령' 중에서


    대중교통의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여부가 15일 결정된다. 하지만 지하철, 버스, 택시에서 필요 없다 해도 병원과 약국 등 의무 지역이 남아 있는 한 마스크는 여전히 외출할 때 꼭 챙겨야 할 필수품이다. 그런데 마스크는 정말 코로나 예방 때문에 쓰는 것일까? 실외는 진작 해제되었는데도 많은 행인들, 등·하굣길 학생들 대부분은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다닌다.

    에릭은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났지만 흉한 외모 탓에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산다. 그의 얼굴을 혐오하며 가면을 씌워준 건 엄마였다. 마스크는 못생긴 얼굴과 수치심을 감춰주었지만 보는 사람에겐 신비감과 공포심을 주었다. 에릭은 세상으로 들어갈 수 없었고 사람들은 그의 곁에 다가오지 않았다. 에릭은 가면을 벗고 생긴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전 해제되더라도 계속 쓰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 봄이 되니 미세먼지나 자외선 차단에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마스크가 건강을 지켜준다는 믿음, 서로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공중도덕이라는 생각에 길들여진 탓이다. 여기에 더해 '뉴욕 타임스'는 한국인이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건 외모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전엔 열 나고 기침하는 사람을 보면 쾌유를 빌어주는 마음이 먼저였다. 그런데 지금은, 왜 마스크도 안 쓰고 다녀? 옮으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앞서지 않을까. 못생겼든 아프든 인간은 자기 모습 그대로 사랑받길 원한다. 외모 집착과 감염공포증은 인간혐오증이 된다.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건 자기가 자기를 부끄러워하는 마음, 사람이 사람을 증오하는 세상이다.
    기고자 : 김규나 소설가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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