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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도 희망의 빛을 찾았던… 그의 삶과 문학에 경의를"

    정과리 연세대 교수·동인문학상 심사위원

    발행일 : 2023.03.15 / 문화 A2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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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에 겐자부로를 추모하며 정과리 연세대 교수 특별기고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가 돌아가셨다. 그는 1958년 약관 23세에 아쿠타가와 상을 받으면서 일본의 일급 소설가로 부상하였고,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음으로써 세계 대문호의 반열에 등록하였다. 동시에 그는 세계 평화운동과 핵반대운동, 그리고 모든 피해자, 소수자, 장애인들의 '생명권'을 옹호하는 운동을 펼쳤다.

    그는 적어도 세 가지 이유로 오래 기억될 것이고,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그는 일본 문학의 중요한 세 문학 경향 중 하나를 주도했다. 다니자키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대표한 토속 문학이 한쪽에 있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대표하는 자극적 대중문학이 다른 쪽에 있다. 그 가운데에 현대 일본인의 의식을 묘파한 '실존적 문학'이 있다. 일본의 현대문학은 세계를 폐허로 생각하고 자신을 폐인으로 자조하는 허무주의적 인식을 바탕으로 그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기이한 일탈 행각들로 특징지어진다. 오에는 그런 인물들에게 '성적 인간'이라는 명칭을 부여하면서, 그들의 성적 집착들 뒤에 숨은 '고통스러운 상흔'을 확인하는 한편, 자기반성과 연대의 의지를 심어 줌으로써, 절망을 넘어서 새 세계의 전망을 여는 출구를 열었다.

    다음, 그는 일본 문학에 갇혀 있지 않았다. 그는 서양 문학, 특히 프랑스 문학의 영향을 받았지만, 아시아 문학 전반을 깊이 사랑하였다. 그는 일제에 의한 한국의 식민지 지배를 솔직하게 반성하였으며, 한국의 작가들을 포함해 제3세계 모든 문학인과의 연대를 추구하였다. 그리고 그들 안에 잠복된 문학적 가치를 자주 발굴하여 소개하였다. 중국의 모옌,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리라 예측한 것도 그런 애정과 관찰의 산물이었다. 그는 '천황제 비판'이라는 일본의 금기를 뛰어넘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솔제니친'과 김지하의 석방 운동 등 정의로운 사람들의 고난에 기꺼이 동참하였으며, 김지하가 주창한 "북아시아의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을 자기 "문학의 중심"으로 삼기도 하였다. 그의 문학은 문자 그대로 일본어로 쓰인 일본 너머의 세계문학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적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들로 인해 "영혼의 줄칼질"을 당했으나, 아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아들이 제 인생을 살도록 하기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들의 정상 인생을 보장하는 운동에 앞장섰다. 그런 경험을 기록한 '허공의 괴물 아구이'라는 제목 그대로, 그는 괴물로 여겨진 존재들에게서 사람을 찾아냈으며, "무의미한 존재 단 하나"를 구출하는 일이 곧 '나'를 위한 일이자, '인류'를 위한 일임을 알고 실천하였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 몽드는 14일자 부고 기사에서, "그는 세상에 충실했고 자신에게 충실했다"고 적었다. 달리 말하면 그의 삶은 '헌신' 그 자체였다. 그는 문학에서든 삶에서든 죽음에서 생명을 보았고, 지옥 속에서 '인내'를 통해 '희망'의 빛을 찾아내려 하였으며, 그런 희망에 엄혹한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음을 알았다. 그렇게 세계의 고통을 제 몸 안에 들이기를 쉬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부처의 세속 제자인 유마(維摩)가 자처한 고난과도 같았다. 그의 뜻을 기념하고 그의 뒤를 잇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지구는 점점 안녕하리라.
    기고자 : 정과리 연세대 교수·동인문학상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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