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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화범… 중년 관객 가슴에 불 지르고 싶었죠

    박돈규 기자

    발행일 : 2023.03.15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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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째 흥행 중인 뮤지컬 '맘마미아!' 제작자 박명성

    방화범.

    뮤지컬 '맘마미아!' 제작자 박명성(60)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은 자신을 이렇게 부른다. 중년 관객 가슴에 불을 질렀다는 뜻이다. 스웨덴 4인조 혼성그룹 아바(ABBA) 히트곡들로 속을 채운 이 뮤지컬은 2004년 1월 국내 초연부터 40~50대 이상 관객을 극장으로 잡아당겼다. 커튼콜 때 객석에선 '댄싱퀸' '워털루'를 따라 부르며 몸을 흔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 불은 꺼지지 않았다. 2019년 라이선스 뮤지컬 중 최단 기간 200만 관객 돌파. '맘마미아!'는 올해로 20년째 타오르며 흥행 불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7일 충무아트센터에서 방화범을 독대했다. 제작자 박명성은 "지금도 '맘마미아!'는 중년 관객이 약 50%"라며 "한국 공연 시장을 키우고, 배우와 스태프를 기르고, 다음 작품에 도전할 자본과 용기를 준 보물"이라고 말했다.

    남의 마음에 불을 지르려면 자기 가슴에 화산이 들어 있어야 한다. 박명성은 1999년 여름 영국 런던에서 '맘마미아!'를 보자마자 매료됐다. 이야기를 먼저 짜고 곡을 붙이는 여느 뮤지컬과 달리 '맘마미아!'는 아바 노래를 등뼈 삼고 이야기를 뽑아냈는데 물 흐르듯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박명성은 "행복감을 주는 뮤지컬이라 제작사 10여 곳이 라이선스 경쟁에 달려들었는데, 연극 제작사라는 차별점을 가진 신시컴퍼니로 낙점됐다"며 "장기 공연이 가능한 대극장과 배우를 구하는 게 다음 허들이었다"고 술회했다.

    이 뮤지컬의 진가를 알아본 예술의전당은 오페라극장을 4개월 열어줬다. 2003년 장안의 배우 대부분이 지원한 공개 오디션에서는 박해미·전수경·배해선·성기윤 등이 선발됐다. "제작자는 흥행할 작품을 고르는 게 아니다. 내가 먼저 미치고 흥행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당초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초연에 100억원을 들였는데 객석 점유율 85%, 매출 140억원을 올렸다."

    지중해 외딴섬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맘마미아!'는 미혼모 도나와 딸 소피의 이야기다. '아이 해브 어 드림'으로 열린 무대에서 소피는 결혼식을 앞두고 아빠로 추정되는 후보 3명에게 초대장을 부친다. 마흔살 도나는 "난 자유롭고 독신이며 그래서 정말 좋다"고 외치지만 절반은 참, 절반은 거짓이다. '머니, 머니, 머니'에는 밥벌이에 지친 일상이 포개져 있다.

    박명성이 가장 좋아하는 삽입곡은 '댄싱퀸'이다. "신나게 춤춰봐/ 인생은 멋진 거야/ 기억해, 넌 정말/ 최고의 댄싱퀸~"으로 흘러간다. 분위기를 밝게 전환시켜 운전할 때 즐겨 듣는다고 했다. 그는 '돈키호테'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계산하지 않고 마음이 꽂히면 일을 저질러 이따금 실패도 경험한다. 박명성은 제작자를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먼 꿈을 꾸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낮은 곳'이란 기술 스태프나 앙상블 배우의 눈으로 작품을 만들고 바라본다는 뜻이다. '먼 꿈'은 낯설지만 매력적인 작품을 향해 모험한다는 의미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특수하다. 공연 품질을 위협하는 멀티 캐스팅과 가파른 티켓 가격 상승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박명성은 "제작사마다 작품마다 복잡한 사정이 있겠지만 한 배역을 서너 명이 번갈아 연기하면 연습량이 부족해져 품질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오디션을 통과하더라도 지나친 출연료를 요구하는 배우는 쓰지 않는 게 내 철칙"이라고 말했다. '맘마미아!'는 오는 24일 충무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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