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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3월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1) 장희원 '우리의 환대'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 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

    발행일 : 2023.03.15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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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툭 던진 말에도 방심하지 마라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가 3월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이달 독회 추천작은 2권. '우리의 환대'(장희원) '툰드라'(강석경)입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에 싣습니다.

    누군가 가볍게 툭 던진 말을 되씹는 경우가 있다. 정색하지 않고 말하기 때문에 더 집중해야 하고 자세하지 않기 때문에 상상해야 하는. 장희원의 소설을 읽으면 받는 느낌이 그렇다. 긴장하지 않고 말하는 그의 어투가 읽는 사람을 더 긴장하게 한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 아버지의 초대를 받아 하루를 보내거나('폭설이 내리기 시작할 때') 아버지를 간호하는 친구의 복잡한 심정을 들어주거나('혜주')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들이 방심한 것 같은 문장을 통해 전달된다.

    "그게…… 표현을 못 하겠어. 그때도, 지금도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투병 중인 아버지를 돌보는 혜주가 아버지에 대해 느끼는 이상한 기분에 대해 하는 말이다('혜주'). 장희원의 인물들은 자주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히고, 번번이 누구인지 모르는 타인의 시선을 느끼고, 사소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일들을 겪는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복잡한 감정들이 떠도는 장소가 인간의 내부라는 것, 일어나는 무슨 일이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순간(의 지속)이 핵심이라는 걸 사유하게 하는 단서가 문장 곳곳에 매설되어 있는데, 대개 독자들은 뒤늦게 그 사실을 눈치챈다.

    예컨대 독자는 이 책의 표제작인 '우리의 환대'의 재현과 처지가 같다. 그는 아들을 모르고, 아들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벌어질지 모르고,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모르는 채로 의혹과 불안한 예감에 사로잡혀 끌려간다. 아들과 아들의 동거인들은 먼 곳에서 온 그들을 손님처럼 극진히 환대하지만, 아무리 환대해도, 손님인 그들이 그곳을 집(가정)이 아니라 우리(축사)로 여길 때, 아들과 아들의 동거인들이 주인임을 인정하지 않을 때, 그 환대는 부정당한다. 환대의 거부는 '집'을 '우리'로 만든다. 저 먼, 과거의 자기 집에서 가지고 온,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자가 이 가까운, 현재의 아들 집에 전달되지 않는다는 결말은 날카롭고 우울하고 의미심장하고 예언적이고 무섭기도 하다.

    ☞장희원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폐차'로 등단했다.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기고자 :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 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25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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