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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物相] JMS의 '배후'

    김태훈 논설위원

    발행일 : 2023.03.13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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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세계 대전 때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는 "남부 전선에서 공세를 펴면 승리할 수 있다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요승' 라스푸틴의 말을 따랐다가 독일에 대패하고 우크라이나 곡창 지대를 내줬다. 많은 장군이 "말도 안 되는 작전"이라고 말렸지만 끝까지 라스푸틴을 믿었다. 라스푸틴에게 성폭행당한 귀족 여성들이 그의 비행을 고발하면 황제는 오히려 고발한 이들을 벌했다. 러시아 최고의 교양을 가진 황제가 맹신에 빠져든 계기는 라스푸틴이 벌인 의료 사기극이었다. 황제의 아들이 앓던 혈우병이 라스푸틴을 만난 뒤 우연히 호전되자 황후까지 그를 '신의 사람'이라며 의지했다. 심지어 러시아 혁명 이후 총살당할 때도 라스푸틴 사진을 부적처럼 몸에 지녔다고 한다.

    ▶중국 청나라 말기 폭력적인 외세 배척에 나섰던 의화단의 모태는 '현세 부정' 교리를 가진 백련교였다. 서양 귀신 배척이라는 맹목적 믿음에 포박돼 서양인만 보면 끔찍한 살인극을 자행했다. 열강 군대가 진압에 나서자 "신령이 지켜주기 때문에 총알도 몸을 뚫지 못한다"는 미신에 기대어 맨주먹으로 맞섰다. 이런 광신의 배후엔 이들을 이용해 외세를 몰아내려 했던 청나라 황실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정치·사회 엘리트와 종교는 자주 손을 잡았다.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 일본 최대 불교 종파 창가학회가 만든 게 공명당이다. 한국에서는 경전인 '나무묘호렌게쿄(南無妙法蓮華經)'로 유명하다. 이들의 영향을 받는 정재계 실력자가 수두룩하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다. 종교가 지켜야 할 기본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당수가 발 벗고 가교로도 나선다.

    ▶일본이 통일교에 관대했던 것도 이런 전통에서 비롯됐다. 총리가 드러내고 통일교 조력자로 나선 사례도 있다. 그런데 아베 신조 전 총리 암살범이 일본 내 통일교 신도의 아들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통일교 배후 정치인' 색출 파동으로 일본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통일교 단체에 회비를 냈다는 이유로 장관이 쫓겨났고, 정권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쳤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고발한 JMS 교주 정명석씨의 범죄 행각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법조인과 장교, 공직자, 언론인, 수의사 등 사회 엘리트가 배후에서 정씨를 도왔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일찍이 "새로운 종교는 자아에 대한 시험을 요구한다"고 했다. 귀를 사로잡는 메시지를 접했을 때, 특히 사회 지도층이라면 자신이 맹목적으로 끌려 들어가지는 않는지 돌아볼 책무가 있다.
    기고자 : 김태훈 논설위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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