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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손흥민급 교수' 파격적 대우로 모실 수 있어야 대학이 산다

    이건우 서울대 명예교수

    발행일 : 2023.03.13 / 여론/독자 A3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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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10여 년간 정부의 전국 대학 등록금 동결 정책과 함께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수 월급도 함께 동결된 것이 사실이다. 교수신문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국 대학 조교수 평균 연봉이 5353만원인데,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연봉 데이터가 확보된 94개 대기업의 대졸 사원 평균 연봉은 5356만원이라 한다. 즉 대학 조교수의 보수가 민간 대기업 대졸 신입과 비슷한 것이다. 국민 눈에는 교수들이 연구나 강의는 적당히 하면서 오히려 정치 활동이나 취미 생활 등에 전념하는 모습이 흔히 보이니 별로 동정도 못 받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인 AI나 소프트웨어, 무인자동차 같은 분야에서 신임 교수를 채용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새옹지마라고 10여 년에 걸쳐 동결된 교수 월급이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미 바닥을 친 교수 봉급은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는데 그 인상 과정에 답이 있을 것 같다. 즉 철저한 업적 평가에 따라 차등적 인상을 적용하는 것이다. 다만 그 차등의 폭을 매우 크게 해야 한다. 다행히 월급이 바닥 수준에 있는 상황이라 어느 누구의 봉급을 빼서 다른 누구에게 얹어 주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조금 올려 주는 경우, 평균 정도 올려 주는 경우, 아주 많이 올려 주는 경우가 있을 뿐이니 상대적 박탈감은 있어도 저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주 많이 올려 주는 그 폭이 매우 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가 경쟁력을 이끌 핵심 분야에 그야말로 세계적인 스타급 교수를 초빙할 수 있다. 국가대표 축구팀에만 손흥민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대학에도 손흥민급 교수가 필요한 것이다.

    첨단 분야에서 하루가 무섭게 우리 턱밑을 파고드는 중국은 이미 이러한 정책을 펴고 있다. 멀게는 1994년부터 추진한 백인 계획, 그리고 2008년 12월부터의 천인 계획과 2012년 8월부터의 만인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결국 외국에 있는 핵심 인재를 파격적 대우로 유인해 영입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찰스 리버 하버드대 화학생물학부 교수에게 매월 5만 달러 보수와 매년 15만달러의 연구비를 지급할 정도로 파격적이고 매력적인 대우를 제시한 것이 그 한 사례이다. 또 우리나라의 카카오톡에 해당하는 위챗 서비스로 잘 알려진 텐센트의 AI랩 주임으로 2017년 3월 영입한 장퉁이 또 다른 사례라 할 수 있다. 중국이 첨단 산업 분야에서 얼마나 전방위로 인재를 영입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상황은 어둡기만 하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이고 우리는 자본주의 국가인데 오히려 우리가 더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니 기이할 뿐이다. 오죽하면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참을 수 없다는 표현이 있을까? 물론 평범한 인간으로서 다 같이 평등한 대우를 받고 경쟁이 없이 편하게 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쟁이 없이 다 같이 편한 조직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초일류 인력 1인이 평범한 인력 1000명을 압도하는 것이 흔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월등히 탁월한 인재를 필요로 한다. 탁월한 인재는 탁월한 교수에 의해 양성된다. 그래서 손흥민급 교수를 영입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이 이를 뒷받침할 대학교수 봉급 체제를 구축할 최적의 타이밍이다.
    기고자 : 이건우 서울대 명예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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