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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이 만난 사람]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 주장, 전광우 前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은정 경제부 차장

    발행일 : 2023.03.13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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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10대 공적연금 투자본부, 우리 빼곤 수도·경제중심지에 있다… 연금 수익률 높일 노력 안 하고 국민께 보험료 더 내라 할 수 있나"

    노동 개혁, 교육 개혁과 함께 정부가 3대 개혁 과제로 꼽는 연금 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발족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이달 중 개혁안 초안을 내려던 계획을 최근 수정했다. 보험료율(소득 대비 보험료),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급률) 조정 등 핵심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빼들었던 칼을 다시 칼집에 집어넣었다. 특위는 "지금은 모수(母數·소득대체율+보험료율) 개혁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 장기적인 구조 개혁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정부도 주춤거리고 있다.

    이러는 사이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이 역대 최저인 -8.22%로 곤두박질쳤다는 성적표가 날아들었다. 불려도 모자랄 판에 2년 반 치 연금 지급액(80조원)을 날렸다. 최근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55년 고갈될 전망이다. 올해부터 꼬박꼬박 연평균 4.5% 수익률을 낼 거라는 가정하에 나온 계산인데 수익률이 떨어지면 더 빨리 고갈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 수익률을 높일 '특단의 조치'를 주문했다. 전주에 내려가 있는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 전문가이면서 국민연금 제도 운영까지 맡았던 전광우(74)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를 전주에서 서울로 옮기는 것은 '이전'이 아니라 '원상 복귀'이고,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봐야 한다"면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정면 돌파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는 2013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서 물러났다. 10년째 국민연금 개혁과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투자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주서 서울로, "비정상의 정상화"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 추진설이 나온다. 국민연금법을 고쳐야 가능한 문제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국민연금 운용 조직이 금융과 무관한 지역 균형 발전의 논리로 금융 중심지를 떠나 있는 상황은 난센스다. 서울로 옮기는 것은 원상 복귀라는 상식선의 문제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가치에는 공감한다. 전주 시민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상응하는 보상은 해줘야 한다.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좋은 스와프(맞교환)를 해야 한다."

    ―꼭 서울에 있어야 수익률이 높아지느냐는 반론도 있다.

    "그런 소리에 내가 답답해서 챗GPT에 물어보기까지 했다. '세계 10대 공적 연금 본부가 어디에 있나?' 물었더니, 우리 빼곤 하나같이 수도 아니면 그 나라 경제 중심지로 나온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은 왜 LA가 아닌 새크라멘토에 있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새크라멘토가 캘리포니아 주도(州都)다. 거꾸로 묻자. 다른 나라도 지방에 기금본부를 설치하면 비용도 적게 들고 좋을 텐데 구태여 왜 수도나 최대 도시에 두겠나. 거기서 고급 정보가 오가고 가장 좋은 인재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률 차이는 주식·채권 같은 전통 자산 투자가 아니라 부동산·인프라 같은 대체 투자에서 갈린다. 세계 최고 수준 정보와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해야 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한국 와서 전주 다녀갔다는 얘길 들어보질 못했다. 그들 입장에선 서울조차 1년에 한 번 들를까 말까다."

    ―전주 이전 후에도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다.

    "수익률은 몇 해 전에 뿌려 놓은 씨앗이 그해 성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전주 이전 후 시장 상황이 좋았기 때문인데 '전주에 가도 성과가 괜찮았다'고 말하는 건 역시 난센스다."

    인재·정보는 서울에 모인다

    ―보험료율 조정 등 개혁이 먼저라는 지적이 있다.

    "서울이라는 더 좋은 환경에서 투자할 수 있는데도 내버려두는 것은 수익률을 높일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연금 내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당연히 해야 할 노력도 안 하면서 국민에게 보험료 더 내라는 소리를 어떻게 할 수가 있나. 수익률부터 개선하겠다는 최선의 모습을 보이는 게 정부와 정치권의 도리다. 안 하는 건 직무유기다."

    ―국민연금이 서울에 30석 규모 '스마트 워크센터'를 만든다고 한다.

    "답이 될 수 없다. 전주를 금융 허브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서울로 원상 복귀 못 시킨다? 서울도 금융 허브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2017년 국민연금이 이사 간 후 그 주변에 금융기관 들어온 곳 있나. 상식적인 수준에서 볼 때도 전주가 금융센터로서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나? 국민연금의 주인은 2200만 가입자다.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있어서 지역민이 수혜를 볼 수는 있겠지만, 전체 국민 입장에선 손해일 수 있다."

    운용위,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해야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리적 위치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후 한 번도 보완이나 손질하지 않고 있다. 운용위원 20명 가운데 정부 당연직 위원을 제외하고 사용자·노동자·지역가입자 추천 인물이 위촉되는데, 그중에는 헤지(hedge·위험 분산)와 해지(解止·계약 말소)를 구분하지 못하는 금융 문외한들도 있었다. 금융 투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수익률을 얘기하는 것은 황당하지 않은가. 정부 측 위원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농축산식품부에서도 오는데 막상 금융위원회는 당연직 위원이 아니다. 속만 바꾸는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라 뼈대를 바꾸는 재건축 수준으로 뜯어고쳐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

    ―연금 투자책임자인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자주 구인난을 겪는다.

    "투자 수익률 높일 고민을 해야 하는 자리인데 1년에 절반은 감사받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 내부 감사, 보건복지부 감사, 감사원 감사 대상이고 국정감사도 받는다. 적극적인 투자 전략을 운용하기보다는 몸을 사리게 되는 것이다. 김연아 선수에게 '만약 넘어지면 책임져야 한다'고 하면서 과감하게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라고 하는 격이다. 국민 돈을 굴리는 담당자로서 도덕성과 책임감은 기본이다. 수익률은 중·장기 관점에서 높이는 게 목표인데, 많은 투자 중에 실수가 나왔다고 책임 소재를 따져 묻는다면 누가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겠나."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성공 사례로 꼽힌다.

    "1997년 CPPIB가 대대적으로 개혁할 때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기금 운용 구조를 대대적으로 손봤다. 연금 본부에서 기금운용 조직을 별도로 떼내 독립성을 보장했고, 이사회에 민간 금융 전문가들을 앉혔다. 정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운영 시스템을 만들었다. 개혁 성과는 수익률이 말해주고 있다.(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CPPIB의 10년 평균(2009~2018) 수익률은 11.3%로 국민연금(5.5%)의 2배가 넘는다.)"

    ―우수 인력 채용을 위한 과감한 인센티브 가능할까.

    "기금운용본부 정원이 약 300명인데, 이것도 다 못 채우고 있다. CPPIB는 2000여 명이다. 세계 각지에서 최고로 잘하는 사람들만 모은다. 운용 자산 규모는 우리가 배 가까이 크다. 국민연금이 곧 1000조원이 될 텐데 1억원씩 1000명에게 준다면 1000억원이다. 너무 많다고? 1000조원에서 1000억원이면 0.01% 수준이다. 최고 실력자들을 뽑아서 수익률을 지금보다 2배 높일 수 있다면 1000억원이 문제겠느냐."

    보험료율 개혁과 수익률 개선 병행해야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은 시급하다. 보험료율 현실화는 20여 년간 손대지 못한 문제다. 우리나라 보험료율(9%)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8.3%)의 절반이 안 된다. (개혁은) 해야 하는 것이고 당연한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기금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수익률을 올리면 국민 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연금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연금 수익률을 매년 1%포인트 올리면 고갈 시기를 5~8년 늦출 수 있다."

    ―MZ세대는 국민연금 탈퇴 주장도 한다.

    "해외에도 직접 투자하는 세대라서 더욱 그럴 것이다. 국민연금이 일반 소액 투자자들은 할 수 없는 대형 대체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내주면 제도 개혁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09~2010년에 베를린 소니센터, 런던 HSBC타워 같은 세계적 알짜 부동산에 투자해서 큰 수익을 냈다는 게 알려지자, 의무 가입 대상도 아닌 사람들의 임의 가입이 크게 늘어났었다. 수익률이 높아지면 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도 높아지고,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저항도 덜해질 것이다."

    ☞전광우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은행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국제 금융 전문가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제금융대사를, 이명박 정부에서 민간 출신 첫 금융위원장이 됐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하며 대체 투자, 해외 투자 문호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래픽] 국민연금 기금 규모와 운용 수익률
    기고자 : 김은정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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