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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우는 학폭피해자, 지원기관 찾아 삼만리

    박진성 기자

    발행일 : 2023.03.13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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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상담 받는 피해자 54%뿐

    학교 폭력 피해자의 아픔과 복수를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가 화제가 되고, 국가수사본부장에 내정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낙마하는 등 최근 학교 폭력(학폭)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피해자 지원 방안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의 학폭 관련 제도가 사실관계와 처분을 결정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피해 학생의 심리·육체적 회복은 각 가정 몫으로 떠넘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교육지원청마다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학폭 피해가 확정되면, 피해 학생은 학폭위 의결을 거쳐 심리 상담 및 조언, 치료 및 요양 등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본지가 김두관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피해 학생 가운데 실제 심리 상담을 받는 비율은 평균 54%에 불과하다. 반면 가해 학생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선도 및 교육 차원에서 심리 치료를 의무적으로 받게 돼 있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더 글로리' 주인공 문동은처럼 청소년기의 충격이 인생을 좌우한다"면서 심리 치료가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달 초 박애리 순천대 교수와 김유나 유한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20년 9월 전국 19~26세 대학생 1030명을 조사한 결과, 학폭을 경험한 사람의 54.4%(192명)가 극단 선택을 생각해 봤고, 13.0%(46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답했다.

    현재 학폭위에서 피해 사실이 인정돼 '심리 상담 및 조언' 지원 결정이 나오면 학폭 전담기관으로 지정된 시설에서 무료로 심리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다.

    지난해 경기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A양은 교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해 학폭위에서 학폭 피해 사실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심리 상담 지원을 도중에 포기했다. 우선 학교에서 '학교폭력관련기관장의 의뢰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했고, 피해 학생 전담 기관으로 지정된 곳 중 어디가 A양의 상황에 맞는지 직접 알아봐야 했다. 기관에서 심리 치료를 받아도 '치료 기관의 청구서 및 영수증'을 주민등록등본과 함께 '학교안전공제회'에 PDF 파일로 제출해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은 당사자가 직접 하도록 돼 있어, 학폭 피해 학생 지원 단체가 도와주려 해도 도와줄 수도 없었다고 한다.

    학폭 피해자 지원만을 전담하는 정부, 지자체, 교육청 산하 기관은 거의 없다. 전국에 피해 학생들이 심리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는 전담 기관은 300여 곳 지정돼 있지만, 일선 학교나 교육청에선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거기다 교육부나 지역 교육청 가운데에는 이 기관 리스트를 "정부가 홍보해 주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면서 홈페이지 등에서 공개 자체를 하지 않는 곳이 많다. 그렇다 보니 수많은 피해 학부모들은 인터넷 카페나 피해자 단체에 직접 정보를 구해가며 학폭 관련 상담을 받을 준비를 한다. 반면 가해 학생들은 특별 교육 및 심리 치료가 의무라 가만 있어도 상담 일정이 자동으로 잡힌다.

    지난해 5월 전북 지역의 중학교 2학년이었던 B군은 집단 폭행과 동성 간 성추행 등의 학교 폭력을 당했다. 학폭위에서 피해 사실이 인정돼 '심리상담 및 조언'과 '치료 요양'을 하라는 조치가 나왔지만 어느 기관에, 어떤 절차를 거쳐 가야 하는지 얘기해주는 곳이 없어 B군의 어머니가 직접 인터넷 검색을 해서 아이가 가야 하는 곳을 찾았다. 결국 아이는 전북에서 대전의 한 기숙형 치유센터로 갔다.

    한 학폭 피해자 지원단체 관계자는 "교육부가 운영하는 '위기 학생' 대상 'Wee 프로젝트' 관련 기관이 전국 8000여 곳 있긴 한데, 학교폭력 전담 기관이 아닌, 가정 폭력, 우울·불안·자해 등 다양한 위기에 처한 학생들이 방문하는 곳이라 학폭 피해자들은 가기를 꺼린다"면서 "여러 종류의 상담을 병행하는 곳이라 같은 학교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어서다"라고 했다.

    학폭 대응 제도의 핵심인 학폭위의 구성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은 지역별로 학폭위를 10~50명으로 구성하되 3분의 1 이상을 해당 지역 학부모로 채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밖에 변호사와 경찰, 의사 등이 전문가로 참여하지만 피해자 지원과 관련된 전문가 비중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학폭위원을 맡고 있는 구자송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대표는 "비슷한 사안이라도 학폭위마다 일관되지 않은 조치가 나오고 있고 교육도 제대로 없어 위원 역량 강화도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 학교폭력 피해 유형별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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