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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금리인상에 채권투자 실패로 자금난… 스타트업이 돈 빼면서 '뱅크런'

    김신영 기자

    발행일 : 2023.03.13 / 종합 A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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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Q로 알아본 '파산 원인과 파장'

    스타트업과 IT(정보기술) 기업을 주 고객으로 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지난 10일 사실상 파산했다. 미국 16위 대형 은행의 예금 인출이 중단되면서 고객들은 예금자 보호를 받는 25만달러까지는 조만간 돌려받을 예정이지만, 나머지 금액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에서 이런 정도의 대형 은행 폐쇄가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SVB 폐쇄의 원인과 의미를 5개의 문답으로 풀었다.

    Q1. SVB는 어떤 은행인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자리 잡은 스타트업들의 주거래 은행으로 이름을 알렸다. 수년간 이어진 초저금리로 투자가 몰린 IT 업계가 호황을 구가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2020년 1분기 말 600억달러 정도였던 예금 잔액이 2021년 말에는 2000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났다.

    Q2. 예금 늘면 은행엔 좋은 것 아닌가.

    예금 잔액은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자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다. 은행은 보통 소비자가 예금으로 맡긴 돈을 자금이 필요한 다른 이들에게 이자를 받고 빌려줘 돈을 버는데, SVB의 경우 예금이 너무 빠르게 늘어나다 보니 이 돈을 다 대출해줄 수 없었다. 결국 SVB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을 많이 샀다. 2020년 SVB가 보유한 미 국채 등 증권 잔액은 270억달러 정도였는데, 2021년 말에는 1280억달러로 불어났다.

    Q3. 안전한 미 국채 등을 샀는데 왜 문제가 되나.

    여러 문제가 동시에 겹쳤다. 우선 지난해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시장이 얼고 투자금이 줄어 SVB 주 고객인 스타트업과 IT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늘었다. 예금 인출이 늘면서 그동안 사둔 국채 등을 팔아야 했는데, 채권 가격이 폭락한 상태여서 문제가 발생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채권 가격이 급락한다. SVB는 울며 겨자 먹기로 채권을 '떨이' 수준으로 내다 팔았고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지난해 SVB가 채권 매각으로 낸 손실은 18억달러에 달한다.

    Q4. 그렇다고 은행을 폐쇄할 정도인가.

    악순환에 돌입한 탓이다. SVB는 증권 매각이 초래한 손실로 인한 자산 감소분을 채우기 위해 지난 8일 25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예금을 못 찾을까 걱정해 앞다퉈 돈을 인출하는 이른바 '뱅크런'이 시작됐다. 지난 9일 하루 동안 출금을 신청한 금액이 420억달러(약 55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 돈을 내주려면 SVB는 더 많은 증권을 있는 대로 헐값에 내다 팔아야 될 상황에 처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10일 캘리포니아 금융 당국이 폐쇄 결정을 내렸다.

    이런 '뱅크런'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이 예금자 보호(은행이 파산하더라도 정부가 일정 금액은 소비자에게 돌려주기로 약속하는 것) 제도인데, 효과가 없었다. 미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25만달러로 개인에겐 충분할 수 있지만 SVB의 주 고객인 기업 입장에선 그다지 큰돈이 아니다. 실제로 SVB 예금 중 약 95%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었다.

    Q5. 금융 위기로 번질 가능성 있나.

    스타트업에 특화된 은행이라는, SVB의 특성이 이번 사태에 기름을 부은 측면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SVB의 폐쇄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 정부가 은행을 더 탄탄하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시행했던 많은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을 드러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은행에 쌓인 막대한 예금이 빠르게 빠져나갈지 모른다는 것, 금리 상승으로 은행들이 많이 사는 채권 가격이 폭락한 상태라는 점, 뱅크런이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 등은 분명 한국을 포함한 모든 금융 당국이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T 기업으로 위기가 번질 위험도 남아 있다.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같은 막대한 부실 대출,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위험한 투자, 금융회사 간의 과도한 상호 의존 등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지나치게 공포를 느낄 필요는 없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래픽] 실리콘밸리 파이낸셜 그룹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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