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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세 시니어 모델 윤영주씨
모델 되기까지 여정 책 펴내

"나이 칠십에 모델 워킹을 배우겠다고 모델 학원에 찾아갔죠. '걸으실 수 있겠어요?'라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그때 오히려 제가 놀랐죠. '아, 내 나이가 이렇게 많았구나(웃음).'"

시니어 모델 윤영주(74)씨가 런웨이를 꿈꾸기 시작한 나이는 일흔. 그때부터 모델 학원에 찾아가 일주일에 2번씩, 1년 동안 무대를 걷는 연습을 했다. 2년 후 시니어 모델 경연 TV 프로그램에서 최연장자(72세)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패션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엔 모델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에세이 '칠십에 걷기 시작했습니다'(마음의숲)도 펴냈다. 도전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책을 펴낸 것도 처음이라는 윤씨를 지난 6일 광화문에서 만났다.

처음부터 모델을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윤씨의 대학 전공은 불문학. 그러나 스물한 살에 결혼을 하며 학업을 중단하게 됐다. "점괘를 보고 오신 시어머니가 그해에 꼭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결혼 소식이 주변에 알려지며 재학 중이던 이화여대에서 제적을 당했다. 결혼을 하면 학교를 다닐 수 없다는 당시의 '금혼 학칙' 때문이었다. 결혼 이후 윤씨의 정체성은 '34대 종손 며느리'이자 두 아이의 엄마였다. 여유롭지만은 않은 경제 사정에 보탬이 되고자 스포츠용품점을 차려 20여 년간 장사를 하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행동한 것은 20년 전. 2003년 모교의 금혼 학칙이 폐지되면서다.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에 이화여대로 돌아가 졸업장을 땄다. 이후 홍익대 대학원에 진학해 미학을 전공했고, 64세 때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하지만 박사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눈이 크게 나빠졌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것도 이 시기. "책을 못 읽으면, 나는 이제 뭘 해야 하나 싶었죠." 그때 TV에서 런웨이를 활보하는 한 90대 노인을 보게 됐다. "'저분에 비하면 난 청년이구나' 싶었어요. 그때 모델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연습 끝에 오른 패션쇼 무대에서 '첫사랑을 다시 만난 듯한' 설렘을 느꼈다. "무대에 서는 순간만큼은 모든 사람이 저를 바라보잖아요. 런웨이에 서는 순간, '이제야 내가 있구나!'라는 감동이 느껴지더라고요."

윤씨는 모델 일을 시작한 뒤 인스타그램 계정도 개설했다. 윤씨의 소식을 받아보는 팔로어는 1만 명. 주로 4050 여성들에게 '선생님이 제 롤모델'이라는 응원 메시지를 받는다고 한다. "살아보니까, 돈을 잃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작은 손해더군요. 건강만 잃지 않는다면 무엇이라도 좋아하는 일을 꼭 해 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저 또한 50대를 앞두고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우울감을 느꼈어요. 하지만 인생에선 누군가 나를 찾아 주는 우연한 사건이 꼭 생기게 되어있어요. 이때를 대비해 실력을 쌓을 때 두려움도 없어지죠." 최근 그는 방송 진행자를 꿈꾸고 있다. "문화·예술계 명사들을 인터뷰하는 유튜브 방송을 준비 중이에요. 다양한 사람들의 예술관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기고자 : 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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