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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제퍼스 지음·그림 | 김선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64쪽 | 1만5000원

아빠 차를 타고 가던 두 아이가 뒷좌석에서 다툰다. "내 자리야!" "아니, 내 거야!" 아빠가 웃으며 말한다. "이제 잠시 멀리 돌아가서 우리 자신을 좀 볼까?"

차가 달을 향해 날아오른다. 돌아보니 지구는 차로 가는 데 걸린 만큼 시간을 거슬러 옛 모습을 보여 준다.

금성까지 78년, 지구는 세계 대전의 소용돌이 속이다. 수성까지 150년, 지구에선 몇몇 작은 나라가 넓고 좋은 땅을 뺏으려 전쟁 중이다. 283년이 걸려 도착한 태양에서 돌아보니 미국 독립전쟁이 한창. 1200년이 지나 도착한 목성에선 주변 정복을 끝내고 또 싸울 상대를 찾아 바다를 저어 나가는 바이킹의 배가 보인다.

1990년 탐사선 보이저 1호가 61억㎞ 밖 우주에서 카메라를 돌려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사진 속 지구는 작고 창백한 푸른 점이었다. 그 작은 점 위에서 수많은 영웅과 제국이 서로 죽이고 빼앗았다. 하지만 우주는 아랑곳없이 늘 드넓었고, 바람 잘 날 없는 지구는 늘 이렇게 작은 별이었다. 이 책은 과학의 선지자 칼 세이건이 사진 한 장으로 인류에게 선물했던 깨달음을 그림 언어로 바꿔 사근사근히 들려준다.

2500년이 걸린 토성에선 만리장성 쌓는 모습이, 5000년 넘게 운전해 간 천왕성에선 강철 무기로 정복 전쟁을 벌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1만1000년 만에 도착한 명왕성에서 본 지구에서,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빠 굳이 서로 싸우지 않았다. 그제야 아이들이 잠들고, 아빠는 지구를 향해 유턴한다. 그리운 집도 이 아름답고 창백한 푸른 점 위에 있다.

지구를 지키고 가꾸려면 무엇부터 할지, 함께 책을 읽은 아이들과 이야기해봐도 좋겠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91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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