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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Pick] 식물성 식품시장 커지며 축산·낙농업계와 신경전

    성유진 기자

    발행일 : 2023.03.10 / W-BIZ B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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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DA "귀리 음료, 조건부로 우유 표기 가능"… '고기·우유 대체식품' 라벨링 전쟁

    귀리 음료를 '우유(milk)'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지난달 22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귀리·아몬드 등으로 만든 우유 대체 식품 표기와 관련한 권고안을 내놨다. 제품에 '귀리 우유' 같은 표현을 쓰려면 이 제품들의 영양 성분이 우유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는 문구를 포함하라는 내용이다. 예컨대 '우유보다 양이 적은 비타민D와 칼슘을 함유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는 식이다.

    FDA는 "소비자는 대부분 대체 유제품에 우유가 들어있지 않다는 점을 알고 선택하지만 영양학적 차이는 잘 모를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옳은 정보에 바탕을 두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침에 대해 식물성 식품 옹호 단체인 굿푸드인스티튜트는 "이미 주요 영양소를 기재하고 있는데도 우유와 직접 비교하라는 잘못된 지침을 주고 있다"고 했다. 반대로 용어 사용을 반대해온 전미우유생산자연맹은 "유제품 용어는 진정한 유제품만을 위한 것"이라며 우유 표기가 허용된 데 아쉬움을 표했다.

    세계적으로 육류나 유제품을 대체하는 식물성 식품 시장이 커지며 이런 명칭 논란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제품들이 포장지나 홍보 문구에 '고기(meat)' '우유' 같은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축산·낙농 업계는 "고기·우유와 비슷한 영양 성분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란 오해를 부르기 때문에 사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체 식품 업계는 "대안품이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직관적으로 알리기 위해선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명칭 논쟁이 법정까지 가는 경우도 빈번하다. 최근 스위스에선 한 스타트업이 완두콩 등으로 만든 대체육 포장지에 '닭고기'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소송전이 벌어졌다. 취리히주 보건국이 소비자 혼란을 이유로 이 용어를 쓰지 말라고 권고했는데 업체가 불복한 것이다. 취리히 행정법원은 작년 11월 "식물성이라는 점이 포장지에 기재돼 있고, 해당 표기가 없으면 소비자가 대체품임을 모를 수 있다"며 업체 손을 들어줬다. 현재 사건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다.

    프랑스에선 작년 10월 식물성 제품에 '소시지' '스테이크' 같은 육류·생선 관련 용어를 붙이는 게 금지될 예정이었지만 법원이 제동을 걸어 시행이 미뤄진 상태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미트볼 같은 용어를 쓰지 못하게 하려다 법원 반대로 올해 5월까지 시행이 유예됐다. 유럽의회에선 지난 2020년 비슷한 법안을 투표에 부쳤다가 부결됐고, 미국 텍사스주 의회에선 재작년 법안이 통과됐다.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축산 업계를 중심으로 단어 사용을 막으려는 시도가 계속되면서 식물성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법정에 서는 일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대체 식품 표기와 관련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 유권해석상 고기 관련 표현은 '식물성 대체육'임을 명확하게 표시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하고 있고, 우유 명칭은 두유 정도를 제외하곤 대체 식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관계 부처와 학계, 산업계, 소비자 단체, 축산 단체 등이 모두 모인 협의체를 구성해 식물성 대체 식품 표기법과 관련한 지침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기고자 : 성유진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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