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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대교냐 구리대교냐… 한강 33번째 다리 '이름 싸움'

    김윤주 기자

    발행일 : 2023.03.10 / 사회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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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구 vs 구리시 수만명 서명운동

    서울 강동구와 경기 구리시가 신설되는 33번째 한강 다리의 명칭을 놓고 '이름 싸움'을 하고 있다. 강동구는 이 다리를 '고덕대교'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구리시는 '구리대교'라고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두 곳은 각각 주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9일 강동구와 구리시에 따르면 강동구는 7만명, 구리시는 4만명의 주민이 서명에 참여했다.

    강동구와 구리시가 싸움을 벌이고 있는 다리는 강동구 고덕동과 구리시 토평동을 잇는 길이 약 1.7㎞, 왕복 6차로 대교다. 세종~포천 고속도로 구리~안성 구간을 건설하면서 놓는 한강 다리로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양측은 이 다리 이름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강동구는 서울시가 다리 건설 비용을 냈기 때문에 서울 쪽 지명인 고덕대교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강동구 일대에 '고덕강일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하면서 한국도로공사에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으로 531억6000만원을 냈다. 도로공사는 이 돈으로 다리 건설 비용의 일부를 충당했다. 강동구 관계자는 "공사 시행 초기부터 고덕대교라는 명칭이 널리 쓰여 이미 굳어졌다"며 "이미 인지도가 높은 고덕대교 명칭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강동구는 또 새로 짓는 다리 이름을 구리대교로 하면 기존에 있는 '구리암사대교'와 명칭이 중복된다고 지적한다. 2015년 완공된 구리암사대교는 강동구 암사동과 구리시 아천동을 잇는 다리다.

    반면 구리시는 "다수 운전자가 익숙한 이름은 동(洞) 이름을 딴 고덕대교가 아니라 도시 이름을 쓴 구리대교"라고 주장한다. 구리시는 또 다리가 놓인 곳의 행정구역에 따라 다리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리시 관계자는 "국토지리정보원 자료상 다리가 설치되는 한강의 약 87% 이상이 행정구역상 구리시에 속한다"며 "구리대교로 부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구리시 관계자는 또 "1991년 개통된 '강동대교' 때는 구리시가 명칭을 양보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는 강동구가 이름을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또 서로 자기 지역이 고속도로 공사로 더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다리 이름을 지을 때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공사 구간이 한강 둔치였던 구리시와 달리, 강동구는 고속도로가 주택가를 통과해 공사 기간 주민들이 소음과 먼지, 교통 혼잡 등 피해를 입었다"며 "이를 감내했기 때문에 고덕대교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백경현 구리시장은 "세종∼포천고속도로가 구리한강시민공원을 지나면서 구리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공사장이 됐다"며 "다리와 남구리IC, 강변북로 등을 연결하는 접속 도로 면적도 넓어 구리시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강동구와 구리시가 다리 이름을 놓고 맞붙은 이유를 두고 전문가들은 "단순히 지역 간 자존심 싸움이 아니라 집값, 지역 발전 등 실익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대교가 들어서면 '그 지역 교통이 좋아지겠네' 하는 평이 생기고 집값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대교 이름을 통해 지역의 인지도가 올라가는 것도 중요한 실익"이라고 했다.

    다리 이름은 국토교통부 산하 국가지명위원회가 심의·의결해 결정한다. 보통 지역 주민들의 여론, 주로 불리는 지명 등을 감안하는데 일관된 기준은 없다. 한강 다리의 경우 방화대교·청담대교는 다리 남쪽 지역의 이름을 쓴 반면 성산대교·성수대교는 북쪽 지역의 이름을 땄다. 국가지명위원회는 강동구와 구리시의 의견을 들은 뒤 다리 이름을 결정할 예정이다.

    양측은 국가지명위원회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결의안 채택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강동구의회는 지난달 7일 '고덕대교 및 고덕나들목 명칭 확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강동구가 지역구인 김혜지 서울시의원(강동1)도 서울시의회에 '고덕대교 결정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구리시의회 관계자는 "지명위원회가 열리는 시점에 맞춰 교량 명칭을 구리대교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이를 지명위원회와 한국도로공사 등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자체 요청이 들어오면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지역의 정체성, 역사성, 실제 부르는 명칭 등을 존중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33번째 한강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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