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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70%(3년간) 늘어 170조… 가계대출 위기 '뇌관' 되나

    홍준기 기자 류재민 기자

    발행일 : 2023.03.10 / 종합 A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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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자금대출 증가율, 주택담보대출의 3배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2년 전 경기도 평택에 전세 3억5000만원을 끼고 4억2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고, 직장이 있는 서울에 3억짜리 전세를 살고 있다. 전세 대출 2억4000만원을 받았다.

    작년 말 평택 아파트 세입자가 이사를 나간다고 했는데 전세 가격이 2억7000만원으로 8000만원이나 떨어져 있었다. 김씨는 "새로 구한 세입자에게 받은 돈으로 나가는 세입자 전세 보증금을 충당할 수 없어 서울 전세를 빼고 원룸 월세로 옮겼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전세 대출이 급증한 가운데 최근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전세 대출 부실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전세는 국내에만 있는 특수한 주거 형식인데 서민·실수요자를 위한 대출이라는 인식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같은 대출 규제를 거의 받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이 뛰면서 전세 가격도 급등하고, 코로나 확산 시기의 초저금리 등으로 전세 대출이 크게 불어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전세 대출을 받아 주식과 가상 화폐 등에 투자하면서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 가격 오르면서 급증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오기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직전인 2020년 초 101조원이었던 은행권의 전세 대출은 작년 말 170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대출 증가율은 69%로,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20%)의 3배가 넘는다.

    전세 가격 급등이 대출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 가격은 2020년 1월 4억7796만원에서 지난해 6월에는 6억7792만원으로 42% 상승했다.

    코로나 이후 금리가 낮아진 전세 대출을 받아 주식·가상 화폐 등에 투자하는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어난 것도 대출 증가세에 기름을 부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전세 대출 증가율이 전세 가격 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70%에 달한다는 것은 전세 대출을 받아 다른 용도에 쓴 이들도 적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출 문턱 낮아 급증

    정부는 2021년부터 불어나는 가계 부채를 통제하기 위한 강력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겹겹의 규제를 시행했지만 전세 대출만은 예외였다.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로 여겨 규제 '무풍지대'나 다름없었다. DSR 규제는 적용하지 않았고, 전세 보증금의 80%(최대 5억원)까지도 대출을 해줬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전세 가격이 하락해 전세 대출의 담보 격인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역전세 대란'이 터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세 대출은 집주인이 돌려줄 보증금을 은행에 직접 입금하는 방식으로 상환하는데,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보증금이 크게 낮아질 경우 문제가 생긴다.

    김진유 명지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전세가율(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의 비율) 70% 이하 등 안정적인 주택 등에만 대출이 나가도록 위험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세 대출자 '삼중고'

    50대 직장인 박모씨는 2022년 3월 한 은행에서 연 3.85%로 2억원을 대출받아 전세 보증금에 보탰다. 그런데 3월부터 금리가 연 6.05%로 바뀐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근 금융 당국이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새로 전세 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가 4~5%대 정도다. 하지만 기존 전세대출의 경우 최근 우대 금리 확대 등 늘어난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시장 금리 상승분이 대출 금리에 고스란히 반영된 탓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박씨와 같은 기존 전세 대출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세 대출은 90% 이상이 변동 금리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의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대출을 갈아타기도 쉽지 않다. 전세 대출은 보통 전입 후 3개월 이내에 받아야 하는 등 가입 시점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은행이 금융 소비자 지원책으로 내놓는 중도 상환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도 전세 대출엔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 전세 대출자들이 금리 상승, 중도 상환 수수료, 갈아타기 제약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박씨는 "전세 대출은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어 갈아타기도 막혀 있고, 중도 상환 수수료 탓에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로 바꾸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른 대출은 이자 경감이나 수수료 면제 등을 해주면서, '탈출'이 불가능한 기존 전세 대출자에게는 가혹하다"고 했다.

    [그래픽] 국내 은행 전세 자금 대출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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