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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후보지 주민들 거센 반발
인근 유럽의약품청도 우려 표명

시내 중심가의 유서 깊은 홍등가(紅燈街)를 옮기려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의 계획이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전 후보지 지역 주민들에 이어 인근에 위치한 유럽연합(EU) 산하 기관도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수년째 추진해 온 홍등가 이전 계획이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럽 내 의약품 평가와 판매 허가를 담당하는 유럽의약품청(EMA)은 7일(현지 시각) "EMA 본부 근처에 새로운 성매매촌인 지상 7~8층 규모의'에로틱 센터'를 세워 성매매 업소 100여 개를 입주시키려는 암스테르담시 당국의 계획에 큰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암스테르담시는 지난 2월 현재 위치에서 남쪽으로 약 4㎞ 떨어진 외곽 순환도로 인근에 두 곳, 시 북쪽에 한 곳 등 총 3곳의 후보지를 정하고 한 곳에 홍등가를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남쪽 후보 지역 두 곳이 EMA 본부와 불과 수백m 거리에 인접해 있다.

EMA는 본래 영국 런던에 있다가 영국의 EU 탈퇴로 인해 지난 2019년 암스테르담으로 옮겨왔다. EMA 측은 "이전 당시 조건으로 내건 것이 EMA 업무를 위한 시설 보안과 직원의 안전 보장이었다"면서 "하지만 마약 거래와 무질서한 소란, 폭력 행위 등의 우려가 있는 집창촌 근처에서는 이러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암스테르담시가 홍등가를 시 바깥쪽으로 이전하려 하는 이유로 '시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내세운 것을 꼬집은 것이다.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는 14세기에 처음 생겨 네덜란드의 해외 진출 전성기인 16~17세기에 뿌리를 내렸다. 현재 300여 개의 성매매 업소와 대마초 카페(커피숍)가 모여 있다. 암스테르담시가 성매매를 합법화한 2000년 이후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뤘으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러 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일부 지역이 슬럼화했고, 크고 작은 범죄도 줄을 잇고 있다.

현지 매체 NL타임스 등은 "EU 산하 기관마저 반대에 나서면서 홍등가 이전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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