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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생계비 비율 3년만에 최고

서울 관악구에 사는 주부 정모(42)씨는 얼마 전 아들의 여섯 살 생일잔치를 위해 대형 마트에서 1만7000원짜리 케이크를 샀다. 1년 전에는 집 근처 유명 브랜드 빵집에서 샀는데 올 들어 가격이 뛰면서 가장 싼 케이크도 2만70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정씨는 "벌이는 그대로인데 물가가 오르는 바람에 외식부터 4식구 새 옷 장만까지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이고 있지만 통장 잔액은 자꾸 줄어든다"고 했다.

세종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최근 1000만원이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1500만원으로 늘렸다. 1년 전만 해도 10만원쯤이던 오피스텔 관리비가 난방비 급등으로 25만원으로 불어난 데다, 집주인이 65만원이던 월세를 7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통장 금리는 연 5%대 초반으로 1년 전에 비해 1%포인트 넘게 올랐다. 김씨는 "비상금으로 쓰려고 만든 마이너스 통장이 이제 생활필수품이 됐다"고 했다.

작년부터 물가가 치솟으면서 지난해 4분기의 경우 가구의 필수 생계비가 처분가능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6.8%로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필수 생계비는 식음료(주류 제외)와 월세, 수도 요금, 전기·가스 요금 등 주거·수도·광열비, 대중교통 이용료·주유비 등 교통비, 외식 식사비 등을 합친 금액이다. 처분가능소득은 총소득에서 세금·이자·사회보험료 등을 빼고 남은 소득을 말한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처분가능소득은 3%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인플레이션이 닥치면서 필수 생계비는 8% 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소득 하위 20%의 필수 생계비 비율은 80%를 넘어섰다.

◇소득은 찔끔, 생계비는 급증

7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필수 생계비는 143만8685원으로 1년 전보다 8.4%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9년 1분기 이후 최고 금액이고, 증가율은 역대 최고다.

도시가스 요금이 작년 4·5·7·10월 4차례나 오르면서 난방비 등 연료비가 16.4% 불어나 필수 생계비 부담이 커졌다. 외식비가 1년 새 14.6%나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이지만,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90만5409원으로 1년 전 대비 3.2% 늘어나는 데 그쳤다. 1년 전만 해도 연 2~3%대였던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5%대로 치솟으면서 이자 비용이 1년 새 역대 최대 폭인 28.9%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소득이 찔끔 늘어나는 동안 필수 생계비 부담이 가파르게 불어나면서 처분가능소득 대비 필수 생계비 부담은 36.8%로 집계됐다. 1년 전(35.1%)보다 1.7%포인트 늘어, 4분기 기준 2019년 4분기(36.9%) 이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저소득층 필수 생계비 비율 80% 넘어

소득 하위 20% 가구의 필수 생계비 비율은 82%로 4분기 기준으로는 2019년(83.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3분기만 해도 78.7%였는데, 80%를 넘어섰다. 필수 생계비 중에서도 식음료 비용과 외식 식사비 등 먹거리 비용만 가처분 소득의 55.4%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1~3월) 가계 살림이 더 팍팍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작년 4·7·10월 전기 요금을 올린 데 이어 올해 1월 전기 요금을 kWh당 13.1원 올렸기 때문이다. 작년 12월만 해도 18.6%였던 전기료 물가지수 상승률은 올해 1월과 2월에 각각 29.5%로 30%에 육박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도 1월(7.7%)과 2월(7.5%) 연속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난방 수요가 많은 1~2월이 포함된 올해 1분기는 필수 생계비 부담이 작년 4분기보다 더 커질 수 있다"며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실질 소득이 줄면서 지갑이 얇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3년 만의 최고치 기록한 처분가능소득 대비 필수 생계비 비율

[그래픽] 처분가능소득 3.2% 늘어나는 동안 8.4% 불어난 필수 생계비 기고자 : 정석우 기자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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