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기준금리 결정 같은 통화정책을 통해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은행이 요즘 노동조합의 대규모 투자 실패로 시끄럽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한은 노조는 지난 2019년 노조 투쟁 기금 20억원을 홍콩 부동산에 메자닌(중순위) 투자 했습니다. 투쟁 기금은 노조 파업 시 집행부가 해고되거나 급여가 안 나올 때를 대비해 마련하는 일종의 비상금입니다. 한은 노조원 1400여 명이 매달 2만~4만원씩 십시일반으로 노조비를 차곡차곡 모아 마련한 돈입니다.

그런데 한은 노조는 이 큰돈을 그대로 쌓아두기엔 아까웠는지, 미래에셋대우증권을 통해 홍콩 '골딘 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이란 부동산에 중순위 투자를 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공교롭게 코로나 여파와 홍콩의 정치적 갈등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산 가치가 급락하고, 결국 투자금을 잃을 상황에 처했다는 것입니다. 한은 관계자의 표현을 빌리면 "투자금을 날릴 극단적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당시 노조 집행부가 이 같은 거액의 투자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전체 공지를 안 했다는 점입니다. 노조 규약에 따라 중앙집행위원 10여 명을 모아 과반 의결 과정은 거쳤다는데, 노조비를 내온 한은 조합원들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이죠. 2021년 새 노조 집행부가 인수인계하면서 이 같은 문제점을 발견해 조합원들에게 알렸고, 지난해부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등에서 "너무 화난다" "어이없다"는 취지의 노조 조합원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한은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투명하지도 않고, 정교하지도 못한 투자로 큰돈을 허망하게 날릴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최근 산하 노조에서 수억 원을 받고, 승진 철에 뒷돈까지 받는 요지경 노조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노조의 깜깜이 회계를 뜯어고치고, 노조원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은행의 은행'으로 불리는 중앙은행 노조 역시 투명성 확대의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 이번 투자 실패가 남긴 교훈 아닐까요. 기고자 : 김성모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998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