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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결성… 세종문화회관서 무료 공연 펼쳐요"

    윤수정 기자

    발행일 : 2023.03.08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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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거인' 가수 김수철
    데뷔 45주년 기념 공연

    "꿈을 놓지 않고, 깊은 호흡으로 평생 한길을 가는 게 중요해요. 기자님은 열심히 글을 써서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게 몫이죠. 제겐 음악이 그런 몫이고요."

    가수 김수철(66)의 말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그의 1983년 히트곡 '못다 핀 꽃 한 송이'였다. "먼 곳에 계셨어도 피우리라. 못다 핀 꽃 한 송이 피우리라." 이 가사 그대로 그는 '초지일관'했다. 별명은 '작은 거인'이지만, 후배들은 그를 '진짜 거인'으로 부른다. 자신만의 음악 길을 뚜벅뚜벅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 작은 거인이 오래 품어왔던 꿈 하나를 꽃피운다. 오는 10월 10·11일 국악기와 서양 악기 연주자 100인을 모은 오케스트라를 결성하고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국악 중심의 무료 공연을 펼친다. 영화 '서편제' OST, 1988 서울 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 음악, 1986년 아시안게임에서 선보인 기타 산조, 1998년 음반 '팔만대장경' 등 그동안 그가 직접 작곡해 온 국악 음악들이 처음 무대에서 연주되는 초연 행사다. 그가 직접 전자기타를 멘 채 지휘하고, 후배 가수 김현철·윤종신·성시경·윤미래 등이 '별리' '못다 핀 꽃 한 송이' '내일' 등 그의 히트곡을 부르는 무대를 꾸민다. "이런 형태의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결성은 단연코 세계 최초이자 새 국악 장르를 개척하는 일"이라며 "데뷔 45주년 공연이자 그간 쭉 품어온 '국악 대중화' 꿈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나도야 간다~"를 외치며 폴짝폴짝 뛰어다닌 김수철의 1980년대 전성기만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오랜 꿈이 국악?"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른다. 하지만 김수철은 1977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낸 음반 40여 장 중 25장이 국악을 주제로 했다. "기타 산조(전자기타로 우리 가락을 연주하는 장르)란 말을 처음 만든 게 바로 저예요." 그가 1986년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장르는 이듬해부터 중앙국악관현악단의 정기 연주회에서 공식 국악 용어로 받아들여졌다.

    한때는 "인기를 제 발로 걷어찼다"며 놀림받았다. 1989년부터 '황천길' '불림소리' 등 내는 국악 음반마다 높은 음악성을 인정받았지만 "인건비도 못 건질 만큼 대차게 망했고, 빚만 수억 남았다"고 했다. "소속사가 정말 싫어했죠. 오죽했으면 제 망한 국악 음반 레코드판을 녹여 다른 가수 판을 제작했다니깐요. 국악에 쓰인 돈만 아꼈어도 빌딩 여러 채 샀을 거예요. 저한텐 제 국악 앨범이 빌딩이에요." 유일한 성공은 임권택 감독의 1993년 영화 '서편제' OST로 쓴 '천년학' '소리길' 등이 영화 음반 최초로 100만장 넘게 팔려 나갔을 때였다.

    처음 국악에 빠진 건 대학 때였다. 배우 송승환 등 친구들과 한국 청년의 단면을 주제로 한 단편 영화 '탈'을 만들어 프랑스 청소년 영화제 본선에 오른 것. 그때 "우리 이야기니 국악을 OST로 써야겠다 싶었는데 아는 게 없었다. 정의라도 확인해 보려고 중학교 교과서부터 뒤적였는데 서양 고전 음악만 적혀 있어 기함했다"고 했다. "우리 것을 잘 모르는 데 대한 부끄러움이 밀려왔죠."

    그때부터 길고 긴 국악 공부가 시작됐다. 호남과 영남, 중부 지방까지 돌며 각 지역 국악 장단을 사사했다. 처음엔 "어디 딴따라가 겉핥기로 국악에 손을 대" 하며 냉대받기 일쑤였다. "수년 단위로 만남이 쌓이니 자연스레 국악인들도 제 진심을 인정해 주고 도와주더군요."

    그는 "국악 대중화, 세계화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경제와 문화의 '균형'을 잡는 길"이라고 했다. "영화는 기생충, 대중음악은 BTS 등 세계적으로 인기 끄는 우리 문화가 생겼죠. 하지만 정작 그 기반이 되는 순수 예술, 특히 국악에선 젊은이들이 긍지 있게 '우리 것'이라고 외칠 만한 대표 콘텐츠가 아직 못 나온 게 안타까워요."

    그가 오는 10월 공연에서 오로지 '순수 국악기'만 쓰는 이유. 김수철은 "개량하면 '농현' 같이 본래 국악기가 지닌 특유의 '떨림'이 감소된다"면서 "대중화의 시작은 우리 국악을 제대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공연엔 소방대원들처럼 사회에서 묵묵히 일하는 분들도 많이 초대한다. 공연 예산은 자비와 후원으로 마련할 계획. "이 공연을 정례 공연으로 잘 정착시키면 홍대 앞으로 달려가 코로나 이후 무대가 사라진 후배 밴드들을 위한 록 페스티벌을 만들고, 나만의 록 음반도 낼 것"이라고 했다.

    김수철은 "열다섯 살 때 이후로 매일 두 시간씩 기타를 쳐왔다"고 했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의 말에 이번 공연에 쓰라며 영화감독 박찬욱이 썼다는 추천사가 포개졌다. "김수철은 음악으로 모든 걸 한 사나이다. 모든 것을 최고 수준으로 한 사나이다. 모든 것에 대부분 최초로 도전했던 사나이다."
    기고자 :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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