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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서버 있으면 지도 쓸 수 있어

애플은 지난달 국토지리정보원에 축척 1대5000 국내 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구했다가 지난달 16일 '반출 불가' 통보를 받았다. 해외 테크 기업이 전국 단위의 국내 정밀 지도 반출을 요청한 것은 2016년 구글을 시작으로 스마트워치 제작사인 미국 가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7년 전 구글이 불을 지핀 해외 기업에 대한 국내 지도 데이터 제공 논란이 다시 점화된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일부 이용자 의견과 "해외 빅테크 기업의 조세 꼼수"라는 국내 업계 의견이 맞선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국가 안보를 근거로 애플의 지도 관련 요청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국내 지도인 축척 1대2만5000 지도는 해외 기업도 사용할 수 있지만, 세밀한 축척 1대5000 지도는 국토부 허가가 필요하다. 군부대 및 안보 시설에 대한 기밀 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 이용자는 "자율 주행과 AR(증강 현실) 시대에 구글·애플 이용자 불편만 키우고 있다"며 반발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지리 데이터 관련 업계에선 "구글과 애플 같은 해외 기업들이 한국에 서버를 두지 않고, 지도 데이터만 해외로 가져가 알맹이만 뽑아 먹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에 구글과 애플이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면 해외 반출 없이 국내 정밀 지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구글코리아와 애플코리아 법인은 국내에 물리적인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두지 않고 서비스만 운영해 관련 매출이 해외에서 잡히도록 하고 있다. 서버 같은 고정 사업장이 한국에 존재하면 관련 매출을 한국 조세 기관에 신고해야 하는데, 싱가포르처럼 법인세율이 낮은 곳에 매출이 잡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구글은 올해 일본에 데이터센터를 열고 애플은 중국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지만, 한국에는 관련 인프라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지리 정보 소프트웨어(GIS) 기업을 운영하는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구글에 이어 애플도 한국에 정당한 비용 지불 없이 데이터만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데이터가 필요하면 한국에 투자하면 된다"고 말했다. 기고자 : 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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