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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올린 거장 테츨라프, '絃의 이론가'란 별명으로 불려

"아름다움은 표현의 적(敵)이다."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가 이렇게 말했다면 웃고 넘길 일이겠지만, 발언 당사자는 독일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57). 실제로 2012년 미 잡지 뉴요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뒤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야 하는 클래식 연주자가 거기에 정면으로 맞서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한 것이다. 인터뷰 직후 그는 "음악에 대한 애정이나 헌신이 결여되어 있다"는 세계 평론가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오는 8일 예술의전당에서 바이올린 독주회를 앞둔 그와 전화로 인터뷰하며 당시 '설화(舌禍)'에 대해서 먼저 물었다. 테츨라프는 "전혀 역설적이거나 논쟁적인 말이 아니다. 연주는 흥분과 부드러움, 기쁨과 절망까지 모든 감정과 진실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며 순수한 아름다움이란 그 가운데 일부일 뿐"이라고 했다. 아름다움이란 연주의 출발점이 아니라 마지막에 청중이 느끼는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테츨라프의 말이 간혹 오해를 부르는 이유가 있다. 난해하고 골치 아픈 현대음악은 아무래도 꺼리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 하지만 그의 방대한 연주 곡목에서는 바흐의 바로크 음악과 현대음악이 언제나 동등한 위치를 차지한다.

8일 독주회에서도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3번뿐 아니라 20세기 작곡가 버르토크와 이자이의 무반주 소나타, 97세의 헝가리 작곡가 쿠르타크의 곡들을 반주 없이 홀로 연주한다. 그는 "물론 기교적으로는 고전과 현대음악이 다르겠지만 버르토크와 이자이의 작품들에서도 바흐의 영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악보에서 행간을 읽어내면서 작곡가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말했다. 그의 음악 세계에는 클래식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셈이다. 이런 독특한 관점 때문에 '현(絃)의 이론가'라는 별명도 있다.

전문 연주자라면 아무래도 스트라디바리우스 같은 옛 악기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2002년부터 독일의 동갑내기 악기 명장(名匠) 슈테판 페터 크라이너가 제작한 현대 바이올린을 사용하고 있다. 테츨라프는 "오래된 악기와 현대 악기 사이에 개인적 편견이나 선호는 없다. 다만 악기 이름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모든 정보를 가린 채 테스트하면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웃었다.

자기 홍보(PR)가 중요한 시대에도 그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쓰지 않는다. 테츨라프는 "여섯 아이와 강아지를 돌보고 음악에 신경 쓰다 보면 여유가 없다"고 했다. 거기에 그는 "음악을 연주하고 듣는 본질적 행위 이외에 무엇을 먹고 입는지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소셜미디어는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이롭기보다는 해롭다"고 덧붙였다. 옹고집이야말로 이 거장의 특징인 것만 같았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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