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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월 물가 4.8%
10개월만에 5% 아래로
국제 유가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증가 등으로 오름세를 보이면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다. 에너지, 원자재 등의 수입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는 글로벌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언제든 인플레이션 불길이 다시 타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1월(5.2%)보다 0.4%포인트 낮아진 4.8%다. 4%대 물가는 작년 4월(4.8%) 이후 10개월 만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물가를 누르기 위해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을 펴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멈춘 것도 물가에는 부담이 된다.
◇10개월 만의 4%대 물가
2월 물가 상승세 둔화는 석유류와 축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보다 1.1% 떨어지며 2021년 2월(-6.3%) 이후 2년 만에 하락했다. 국제 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작년 초 배럴당 70달러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3월에 12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가 올 들어 다시 70~80달러대로 떨어진 상태다.
2월 축산물 가격도 2019년 9월(-0.7%) 이후 3년 5개월 만에 2% 하락했다.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144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5.5% 올라 1월(6.1%)보다 상승 폭이 꺾였다.
그러나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전년보다 28.4% 급등하면서 통계가 작성된 2010년 1월 이후 1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지방자치단체 상수도료 인상 영향이 컸다"고 했다.
가공식품도 10.4% 올라 전월(10.3%)보다 더 올랐고, 2009년 4월(11.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는 4.8% 올랐다.
◇미국, 유럽 등 여전한 인플레이션
글로벌 고(高)물가의 지속 현상도 한국의 물가에 부담 요인이다. 미국의 1월 물가는 6.4% 올라 시장 전망치(6.2%)를 웃돌았다. 물가지수에서 34%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7.9% 올라 작년 11월(7.1%)·12월(7.5%)에 이어 상승 폭이 확대됐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은 아직 이르다"며 "여전히 더 많은 (긴축)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시카고경영대학원 주최 콘퍼런스에서는 '현행 4.75%(상단 기준)인 기준금리를 6.5%까지 올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이에 연준이 이달 말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은 1월 물가가 41년 만에 최고치(4.3%)를 기록했다. 수입 의존도가 80%를 넘는 에너지 가격이 15% 가까이 급등했다. 그럼에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후보자는 "금융 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내 소비 자극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국) 2월 물가도 8.5% 올라 전문가 전망치(8.2%)를 웃돌았다. 근원물가(5.6%)는 전월(5.3%)보다 상승 폭이 컸다.
◇하반기 국제 유가 급등 우려
전문가들은 하반기 유가 향방을 중요하게 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상반기에 유가는 물가에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러나 오는 하반기에 유가가 다시 튀어 오르면 작년 하반기와 비교할 때 상승 반전하면서 물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 경제가 리오프닝하면서 4분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원유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은 턱없이 달린다. 러시아산 석유는 서방에서 수입이 금지된 상태이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최소한 내년까지 증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그래픽] 한·미·일 소비자물가 상승률 / 국제 유가 기고자 : 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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