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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례비 못받자 태업… 전국 공사판이 느림보 됐다

    정순우 기자

    발행일 : 2023.03.06 / 경제 B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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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기사들 월례비 금지에 잔업 거부… 공사 차질

    지난 3일 경기도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오후 5시 정각이 되자, 타워크레인 기사가 철근을 옮기다 말고 그 자리에 내려둔 채 조종석에서 내려왔다. 현장 관계자가 "하던 작업만이라도 마저 끝내고 가라"고 했지만, 기사는 "근무시간이 끝났다"며 작업 현장을 떠났다. 철근을 공사장 중간에 두고 가는 바람에 다른 작업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뿐 아니라 이날 타워크레인들이 이전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바람에 자재 운반과 골조 공사 등이 줄줄이 늦어졌다. 현장을 총괄하는 건설사 관계자는 "월례비가 금지된 후 거의 모든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때문에 조업이 밀리는 '병목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작업 속도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어서 '태업'을 잡아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건설노조 소속 기사에 대한 월례비(임금과 별도로 내는 웃돈) 지급이 금지되자, 기사들이 잔업을 거부하고 작업 속도를 늦추며 '태업'에 돌입하면서 공사 현장 곳곳에서 작업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기사들이 태업을 하면 대체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사들 상당수가 건설노조 소속이어서 사람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당한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이참에 없애기 위해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각오하고 있다"며 "하지만 공기가 계속 늦어지면, 건설사들이 공사 지연에 대한 피해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월례비 금지에 태업으로 맞선 노조

    건설 업계에 따르면, 월례비 금지 후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가장 많이 보이는 태업 행태는 잔업 거부다. 정해진 업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9시간이지만, 그날 계획한 공정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정해진 초과 근무 수당의 2~3배를 '오버타임' 명목으로 받으며 작업을 했었다. 하지만 지난 2일부터 건설노조 소속 기사들이 이를 전면 거부하며 '칼퇴근'을 하고 있다. 건설 현장 관계자는 "콘크리트 타설 도중에 기사가 퇴근해 버려 현장에 대기 중이던 레미콘을 못 쓰게 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안전 수칙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작업을 수시로 중단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거나, 주변에 사람이 보이면 안전을 이유로 타워크레인 운행을 멈춘다고 한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이 같은 행동은 상급 노조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달 27일 대한건설협회에 주 52시간 초과 근무 거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을 위협하는 작업 요구 금지 등의 요구 사항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월례비의 대가로 제공해 온 무리한 작업을 앞으로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조 집단행동에 공사 줄줄이 밀려

    건설노조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 그 피해는 건설사와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공사가 밀려 아파트 입주 일자를 지키기 어려워지면 1차적으로 건설사들이 지체 배상금을 내야 한다. 입주 예정자들도 임시 거처를 마련하느라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공기가 늦어진 건설 현장들은 이번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태업까지 겹쳐 설상가상 상황에 빠졌다. 이 때문에 입주를 미루는 곳들이 잇따르고 있다. 당초 올해 6월 예정이던 경남 창원시 가포지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 분양 아파트의 입주는 9월로 석 달 밀렸다. 인천 연수구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도 입주 예정일을 내년 2월에서 3개월 후인 5월로 미뤘다.

    전문가들은 건설노조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월례비 근절 정책은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노조 부당 행위를 막기 위한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건설사들의 지체 배상금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월레비 지급 금지' 이후 건설노조 형태
    기고자 :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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