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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노조인가, 독점사업자인가

    김덕한 사회정책부장

    발행일 : 2023.03.06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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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노사 관계가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양대 노총이 만들어 놓은 견고한 독점 구조 때문이다. 개별 기업 노조가 '민노총 XX노조 ○○지회'처럼 산별 노조가 되면서 중앙집권식 독점 구조는 더 견고해졌고, 산업계를 관통하는 권력이 됐다.

    이 권력은 막대한 이권을 보장하는 '독점 사업자' 지위를 노조에 안겼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건설 현장의 월례비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다. 건설 현장에서 각종 자재를 날라 줘야 할 타워크레인 기사가 태업을 벌이고 어깃장을 놓으면 공사장 곳곳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 이 타워크레인 기사들을 민주노총·한국노총이 장악하고, 이 힘을 바탕으로 각종 이권 사업까지 벌인다. 공사 현장에 책상을 펴놓고 노조 가입 원서를 쓰게 한 후, 자기 노조 소속 근로자만 현장에서 일할 수 있게 한다.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민노총 화물연대를 '사업자 단체'로 규정하기도 했다.

    노조가 사업자 단체가 되는 것도 기이한 일이지만, '독점'의 횡포로 제재를 받는 건 더 황당하다. 독점 사업자에 맞서 근로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게 노조 아닌가. 양대 노총에서는 이런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민노총이 더 이상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독점 사업자가 약자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독점 사업자들에게는 부패도 만연한다. 지난주 본지는 한노총 산하였던 건설노조가 위원장의 비리 사건으로 한노총으로부터 제명되자, 한노총 산하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억대 금품 로비를 벌인 사실을 보도했다. 건설노조로부터 수억원의 로비 자금을 받게 된 한노총 수석부위원장이 또 다른 간부를 포섭하기 위해 평일 골프장에서 '1억원씩 나눠 갖자'고 제안하는 녹취 장면은, 부패한 사업가나 조폭 영화의 장면과 겹쳤다. 한노총 간판을 달고 건설 현장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게 바로 부정한 이권 사업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독점 노조는 억대 연봉을 받는 노동 귀족들과 공생(共生)한다. 정확한 통계는 공개되지 않지만 현대차노조(기아차는 제외)가 민노총에 올려 보내는 조합비는 연간 110억원이 넘는 걸로 추산된다. 이런 거액의 조합비가 노조의 독점 구조를 지켜주고, 노조는 노동자들의 사업장 내 독점을 지켜준다. 대체 근로가 허용되지 않으니 사측은 노동자들의 파업 위협에 꼼짝도 못 하고, 외국 자동차 공장에서 50시간이면 될 일을 90시간 걸려서 해도 고칠 방법이 없다.

    양대 노총이 조합비의 90% 이상을 거둬들이는 대기업 노조만을 위한 노동운동을 하는 것도 경쟁 노조가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선진국의 산별노조들은 사측 산별 연합과 한꺼번에 단체 협상을 벌여 임금 등을 결정한다. 사측의 협상 부담을 줄여주고, 중소기업 근로자의 권익을 함께 지켜 줄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별노조는 개별 기업에 있는 지회를 통제할 뿐 작은 기업 근로자들을 위해 싸워주지 않는다. 만약, 우리나라의 금속노조가 현대차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2차, 3차 협력업체 노동자의 근로조건에도 제대로 신경 쓴다면 대기업 근로자의 40%대밖에 되지 않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급여 수준은 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노조의 독점 구조는 경직된 노조 관련법, 법을 지키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공권력의 방임 때문에 유지돼 왔다. 올 초 화물연대 파업에 정부가 원칙으로 대응해 종결시켰던 것처럼, 부패한 노조의 독점적 지위를 깨뜨릴 원칙과 전략은 꼭 지켜야 한다.
    기고자 : 김덕한 사회정책부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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