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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모두가 따라 불렀다 "죽을 때까지 난 18세!"

    윤수정 기자

    발행일 : 2023.03.06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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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년만에 내한한 브라이언 애덤스

    나이 듦과 오래됨은 때때로 낡고 생명력을 잃은 것처럼 취급된다. 하지만 반대로 '축적의 힘'을 증명하는 존재들이 있다. 지난 2일 29년 만에 한국을 찾은 캐나다 출신 록스타 브라이언 애덤스(65)가 그랬다.

    "한때 세상은 나쁜 음악으로 어둠에 물들었다. 없었기 때문이다, 록(Rock)이."

    2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 무대에 기타를 메고 나타난 애덤스는 공연 시작부터 위의 문장을 무대 위 전광판에 띄웠다. 그리고 2시간 동안 23곡을 쏟아내며 1500여 명 관객을 '80·90년대 록의 절정기'로 데려갔다. 그의 무대 구성은 명백히 '옛날'을 지향했다. 화려한 음향 효과나 레이저 쇼를 즐겨 쓰는 요즘 공연 유행에 반항하듯 전자·어쿠스틱 기타 2대, 베이스 기타, 드럼, 피아노의 단출하고 고전적인 밴드 구성만 무대에 올렸다. 무대 위 전광판으로 나오는 배경 영상만이 이날 공연 연출의 전부였다. 연주 또한 맥주와 함께 즐기는 선술집 라이브 공연처럼 날것에 가깝게 들려줬다.

    걸쭉한 객석 반응은 이 공연의 추억 여행이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줬다. 이날 애덤스는 "내 앨범이 16개나 되는 거 아냐"며 보따리 장수처럼 메가 히트곡을 줄줄이 꺼냈다. 그에게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처음 안긴 '헤븐(Heaven)', 의적 로빈후드 OST로 쓰인 '에브리싱 아이 두, 아이 두 잇 포유(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 '섬바디(Somebody)' '올 포 러브(All for love)' '런 투 유(Run to You)' '서머 오브 식스티나인(Summer of 69)' 등. 애덤스가 1980년 데뷔 이후 직접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켜온 곡들이었다. 그때마다 유독 남성 관객들의 비명에 가까운 영어 떼창이 쏟아졌다. 그중 약 3분의 1은 외국인 비명이었다. 한국뿐 아니라 영미권에서도 '그때 그 노래'로 통하는 애덤스 히트곡을 향한 향수를 품고 온 이들이었다. 객석에 보이지 않는 '다국적 아재(아저씨)들의 연대'가 생긴 것만 같았다.

    애덤스와 밴드는 이 연대의 발화점이자 끓는점이었다. 로커 차림의 남자들이 장발을 상모처럼 빙빙 돌리는 영상을 배경으로 틀어놓고 무대 위에선 밴드가 기타를 360도로 돌리며 끓어오르는 연주를 자아냈다. 1950년대 후반 미국에서 유행한 '로커빌리(Rock-a-billy)'풍 기타 연주를 120% 재현한 '유 빌롱 투 미(You belong to me)'를 부를 땐 "최고의 춤꾼을 찾겠다"며 객석을 선동했다. 삽시간에 공연장 곳곳에서 춤판이 벌어졌다. 애덤스는 공연 중 "다시 오는 데 30년이나 걸려 미안하다. 다음 번 기다림은 짧을 거고, 한국어도 좀 배워 오겠다"고 말해 뜨거운 화답을 끌어냈다.

    이 추억의 항해를 듬직하게 이끈 선장 역은 여전히 탄탄한 애덤스의 목소리였다. 딱 기분 좋게 들릴 만큼만 목을 긁어 내는 탁성과 난잡한 기교 없이 음의 천장을 시원하게 뚫는 성량. 그의 전성기 시절 특장점들이 60대가 된 현재에도 건재하게 들렸다. 애덤스는 특히 '스트레이트 프롬 더 하트(Straight From the Heart)' 등 라이브로 부르기 어려운 잔잔한 곡들도 직접 어쿠스틱 기타와 처연한 하모니카 연주를 선보이며 흔들림 없이 소화했다.

    덕분에 이날 공연장 모두의 마음은 애덤스가 1996년에 쓴 '18 틸 아이 다이(18 til I Die)'를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른 떼창으로 대변됐다. 원래 가사는 '55세'지만 이날 공연에선 애덤스의 올해 나이 '65세'로 개사해 연주됐다. "죽는 날까지 난 18세로 살 거야. 살아있다는 건 끝내주는 기분이지. 언젠가 난 18세에서 65세가 되겠지만. 죽을 때까지 난 18세!"
    기고자 :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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