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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03주년 창간특집] [레트로 朝鮮日報] (下) "유행은 돌아오는 거야"… MZ 취향 저격한 배꼽티·타이타닉·장욱진

    윤수정 기자 최보윤 기자 정상혁 기자 박돈규 기자

    발행일 : 2023.03.06 / 문화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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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년 역사가 숨 쉬는 조선일보는 요즘 유행인 복고 현상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는 최고의 아카이브입니다. 창간을 맞아 최근 화제인 복고 키워드 10개를 뽑고, 과거 지면을 현재와 비교해 독자분들께 두 차례에 걸쳐 보여 드리는 기획 ‘레트로 조선일보’를 준비했습니다.

    [아이돌 리메이크] NCT 드림이 리메이크한 H.O.T.… 99년엔 김영하가 "속아주는 꿈" 혹평


    "우리는 이들이 던져주는 가짜 희망과 실현되지 못할 약속에 속을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 또 기꺼이 속는다. 그렇게 한 시절 미친 듯 좋아하며, 그 꿈과 우리의 청춘을 맞바꾼다." 본지 1999년 1월 26일 자, '환상인 줄 알면서도 속아주는 꿈'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서른한 살 소설가 김영하가 쓴 한 아이돌 콘서트 관람기 일부. 다음 날 오피니언 면엔 "10대 팬들의 반론이 팩스, 편지, 컴퓨터 통신 등을 통해 수십 건씩 쏟아지고 있다"며 반박 글이 실렸다. 한 여학생은 소설가를 향해 "아저씨는 누구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 적이 없는 것 같군요"라고 울분을 토했다.

    관람기 하나로도 뜨거운 이슈를 불러일으킨 대상은 당시 최고 인기 아이돌 그룹 H.O.T.. 1996년 데뷔한 H.O.T.는 1세대 한류 아이돌이다. 'K팝'이란 단어가 쓰이기도 전인 1998년 한국 가수 최초로 중국 진출에 성공, 현지 언론에서 "한류 폭풍"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2월 가요 차트에서 1996년 발매된 이들의 출세곡 '캔디(Candy)'가 1위를 석권했다. 요즘 아이돌 'NCT 드림'이 이 곡을 리메이크한 것. 어느덧 아이돌이 복고의 대상이 됐다. X세대 엄마와 MZ세대 딸이 같은 노래를 흥얼거린다. 캔디 무대 의상이 졸업 사진 대여복으로 인기다. '아이돌의 인기는 많아도 오래가는 명곡은 적다'는 요즘, 고민 해결사로 전 세대 아이돌이 소환되는 현상은 이어질 듯하다.

    [Y2K 패션] 뉴진스로 돌아온 배꼽티 패션…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도 입었네

    "과다 노출로 눈총을 받기도 했던 배꼽티가 한층 대중적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라고 패션 관계자들은 말한다. 옷의 허리선이 골반에 걸치게 되는 힙본 스타일, 생동감 있는 민트·오렌지·레몬색, 광택 소재 등이 여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가올 여름 '패셔니스타'로 거듭나기 위한 조언. 최근 '4세대 걸그룹'의 대표 주자인 '뉴진스' 스타일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지만, 1996년 4월 15일 자 본지 기사의 일부다. 글로벌 패션계를 강타한 뉴진스가 내세운 'Y2K 스타일(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유행한 패션)'의 원형인 셈이다.

    당시 배꼽티 인기는 뜨거웠다. '산소 같은 여자'로 불린 청순 배우 이영애도 예능 MC로 나서면서 배꼽티를 입어 '배꼽티 MC'라 불렸다(1995년 12월 9일 자, 윤정호 기자). 배꼽에 꽂는 액세서리 유행을 다룬 '배꼽 고리를 아십니까'(1996년 5월 23일 자, 이미경 기자)라는 기사도 실렸다. 1998년 4월 5일 자 'IMF 첫 여름' 여성 노출 화끈해진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선우정 기자는 "'불황=노출'은 세계 패션 흐름의 공통된 등식"이라며 "올여름 한국에서도 '속옷' 노출 패션이 불황에 찌든 사람들을 위로해줄 것으로 패션 전문가들은 확언하고 있다"고 썼다. 경제 불황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요즘, 25년 전 기사는 미리 읽는 내일 자 신문인지도 모르겠다.

    [슬램덩크] 30년만에 역주행 신화 쓴 '슬램덩크'… 90년대 신문에도 "모르면 대화 못해"

    "요즘 국민학생부터 대학생 사이에서는 농구 만화 '슬램덩크'를 모르면 대화에 낄 수 없다고 한다. … 대중문화산업에 미치는 만화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1994년 5월 13일 자 조선일보 '생활과 만화' 코너에 실린 기사 일부다. 박해현 기자가 만화 시장 규모 5000억원 시대를 돌아보며, 해외 만화 인기의 양면을 고찰하는 기사였다.

    그리고 20년 뒤 '슬램덩크'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해 관객 381만명을 돌파하며 국내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역대 1위에 올랐고, 두 달 만에 단행본 100만부 발행이라는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당시의 학생들이 왕년의 추억에 잠기며 해당 만화를 '뉴트로'로 소환한 것이다. 이 놀라운 역주행에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56)는 트위터에 한글로 "벌써부터 많은 분들이 봐주시다니 기쁩니다"라는 감사 인사를 올렸다.

    2023년 1월 20일 자 조선일보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3년 콘텐츠 산업 전망 키워드 중 하나로 '콘고지신'을 선정해 지난달 발표했다. 사자성어 온고지신(溫故知新)과 콘텐츠의 합성어로, 과거의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을 뜻한다. … 그 대표적 사례가 '슬램덩크'다." 한국 만화 시장은 웹툰 시장으로 재편돼 매출 규모 1조원을 넘어섰다.

    [90년대 영화 재개봉] MZ 딸과 엄마가 함께 보는 '타이타닉'… 25년 지난 현재도 통하는 거장의 솜씨

    타이타닉호에서 로즈(케이트 윈즐릿)를 판자 위로 구해놓은 잭(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은 바다에서 얼굴만 내민 채 말한다. "당신을 만난 것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 우린 언젠가 죽겠지만 지금 여기는 아냐. 약속해줘. 살아남겠다고…." 1998년 2월 6일 자 조선일보 영화 면에 김명환 기자는 이 대사를 인용하며 "제임스 캐머런의 '타이타닉'은 2억8000만달러짜리 스펙터클만으로 관객을 누르려 하지 않는다. 사랑·스릴·유머,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고 등 재미와 메시지를 결합한 장인의 솜씨"라고 평했다.

    '타이타닉'은 25년 만인 올해 2월 고화질 3D로 재개봉했다. 역대 재개봉 외화 첫 주말 박스오피스 최고 기록(15만여 명)을 세우며 생명력을 증명했다. CGV 통계로 관객은 20대(35%)가 가장 많고 30대(21%), 40대(16%) 순. "엄마와 같이 봤는데 역시 명작은 영원하다"는 후기가 보인다. 올드하겠거니 하던 영화가 젊은 세대에게 '뉴트로'로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다.

    '타이타닉'은 침몰하는 호화 여객선에서 펼쳐지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다. 사랑과 희생을 다뤄 감동을 준다. 여성과 노약자, 어린이를 살리려고 구명 보트 자리를 양보하는 장면은 다시 봐도 우아하다. 역사적 사실에 '지금 우리 모습'을 투영한 이야기는 시간의 침식을 이겨낸다. 지구온난화가 빙산처럼 직진해온 2023년에 '타이타닉'은 더 유의미하다.

    [근현대미술] 방탄 RM도 "짱" 인증한 화가 장욱진… 1938년 本紙 전람회로 화가의 길

    "본사장상(本社長賞)을 획득한 양정중학 장욱진군의 '공기놀이' 단연 높은 두각을 나타내어 벽면 중앙에 진좌된 품이 과연 위풍당당하다."

    1938년 10월 14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본지 주최 '제2회 전 조선학생미술전람회' 소개 기사이고, 장욱진군은 훗날 한국근현대미술의 대표 작가 중 하나가 된 화가 장욱진(1917~1990)이다. 장욱진은 이 대회로 화가의 길에 들어섰다. 1980년 3월 5일 자 조선일보에는 "나는 집안 어른 몰래 그림을 그려왔는데, 방사장상(方社長賞)을 받고 나서야 집안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묵인"했다는 장욱진의 글이 실려 있다.

    올해 7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장욱진 회고전'이 열린다. "이중섭·박수근과 더불어 한국적인 정서를 구현한 대표적인 작가"의 '공기놀이'도 출품된다. 이 그림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 오래 소장하다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돼 큰 관심을 받았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사랑하는 화가로도 유명하다. 전시장을 찾아 방명록에 "장욱진 짱"이라 적는 RM의 동선을 관람객들이 따라다니며 함께 열광하고 있다. 이 같은 관심 덕에 그간 서양 미술에 밀렸던 한국 근현대미술 열풍이 재점화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LA카운티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근대미술전' 등이 그 예다. 오는 4월에는 서울 소마미술관에서 '다시 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이 예정돼 있다.

    [그래픽] 레트로 朝鮮日報
    기고자 : 윤수정 기자 최보윤 기자 정상혁 기자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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