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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은 협정(한일 청구권 협정) 뒤집고 文은 활용… 尹, 정치적 부담에도 "미래로 가야"

    임민혁 기자

    발행일 : 2023.03.06 / 통판 A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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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배상 해법 어떻게 나왔나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공식화하기까지 일부 참모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신중론을 건의했다고 한다. 2015년 위안부 합의 때처럼 여론의 역풍이 불 경우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얘기인지 충분히 알지만, 경제·안보 등 시급한 현안이 많은데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 "미래를 위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며 직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처럼 문제를 회피하고 한일 갈등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대신,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5일 "우리가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해 '도덕적 우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문을 열어 놓고 일본의 호응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라며 "최선은 아니지만, 일본이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시간을 더 끈다고 다른 방법도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文, 문제 회피하고 '죽창가' 선동만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한일 외교의 최대 현안이다. 2018년 한국 법원이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한일 관계는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 됐다. 1965년 양국은 청구권 협정을 맺으면서 '일본이 무상 3억달러와 차관 2억달러를 한국에 제공한다'(1조) '국가와 그 국민의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한다'(2조)고 했다. 일본은 이를 근거로 지금까지 "배상 문제는 끝났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피해자를 대신해 받은 자금을 포항제철·경부고속도로 등의 밑천으로 썼는데, 이후 '국가 간 협상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느냐'는 문제가 대두됐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민관 공동위를 꾸려 7개월간 검토한 끝에 "정부가 일본에 다시 법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신의칙상 곤란하다"고 결론 내렸다.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지만 청구권 협정에 따라 행사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당시 민관공동위 위원장은 이해찬 총리였고, 문재인 민정수석은 멤버였다. 우리 정부는 그러나 한일 협정 당시 논의되지 않았던 위안부, 원폭 피해자 등 비인륜적 문제에 대해선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당시 발표로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는 청구권 협정으로 종료된 것'이란 입장을 유지했고, 법원도 관련 소송들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012년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청구권이 살아 있다'는 해석을 내리면서 강제징용은 한일 관계의 '폭탄'으로 돌아왔다. 당시 주심인 김능환 대법관은 "건국하는 심정으로 (판결문을) 썼다"고 했다. 2018년 10월 대법원은 그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우리 정부는 판결을 따르자니 국제적 합의를 깨야 하고, 그렇다고 판결을 무시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박근혜 정부 외교부와 대법원은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의견을 교환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를 '재판 거래' '사법 농단'으로 낙인찍었다. 문재인 정부는 문제를 풀 실질적인 해법은 내놓지 않다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완전히 손을 놓고 '죽창가' '토착 왜구'로 상징되는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일본 역시 도덕적·역사적 책임은 외면하고 '법적으로 다 끝난 일이니 책임질 일도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3월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정부가 6일 발표할 예정인 징용 해법은 한일 협상의 결과물이라기보다 우리의 '정치적 결단'에 가깝다. 정부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줄곧 협상에 의욕을 보였지만 일본은 '한국 정권 바뀌면 또 뒤엎는 거 아니냐'며 시큰둥했다"고 전했다. 그만큼 신뢰가 바닥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북한 핵, 중국 패권주의, 반도체·에너지 등 경제·안보 현안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관계 정상화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면 일본도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성의 있는 호응'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제3자의 기부금으로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는 '대위 변제' 방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실적으로 유일한 해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문재인 정부 때 문희상 국회의장은 '1(한국 기업)+1(일본 기업)+α(한·일 국민 성금)'를 골자로 한 대위변제안을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 기업이 기부금을 조성해 '개문 발차'하고 일본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일본 기업이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는 것이 피해자들에게 명분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일본 정부의 화답을 통해 양국 관계 개선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이 이달 중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한국과 일본이 국교 정상화와 전후 보상을 논의하며 1965년 6월 22일에 조인한 국제 조약이다. 이 조약에 따라 일본은 한국에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를 지급하고, 한국은 일본에 대한 청구권 문제를 끝내기로 했다.

    [그래픽] 일본 징용 문제 주요 일지
    기고자 :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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