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7년 전인가, 오스트리아 빈에 갔을 때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방문한 뒤 도심으로 이동한 버스가 신호등에 멈춰섰는데, 낯익은 실루엣의 남성이 빠른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그것도 아리따운 여인의 손을 잡고요. 그가 누군지는 3초 만에 알아냈지요. 전임 문화부장이었던 김기철 선배입니다. 버스에 있던 터라 인사를 건넬 순 없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음흉하게 웃으며 농은 걸 수 있었지요. "저는 선배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습니다. ㅋㅋㅋ" 아쉽게도(?) 그 묘령의 여인은 아내였고, 부부는 안식년 휴가로 빈 여행을 하던 중이었죠. 클래식 전문가답게 모차르트, 베토벤의 도시에서 매일 밤 펼쳐지는 공연을 예약해놓고 여행 내내 관람했다는 말에 기겁한 기억도 납니다.

이 일화가 떠오른 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합스부르크 600년-매혹의 걸작'전 때문입니다. 예술을 지독히 사랑했던 합스부르크 왕조의 왕들이 대를 이어 수집한 걸작들이 현기증 나도록 아름답기도 했지만, 비행기 한 번 안 타고 빈을 여행한 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출장 길 잠시 들른 빈은 그야말로 주마간산 격. 기억에 남는 거라곤, 훈데르트바서의 집과 벨베데르궁에서 본 클림트, 그리고 형광등을 장착한 가로등이 전부였으니까요. 아, 자허 토르테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1873년에 문 연 '카페 자허'에서 만든 토르테는 황제도 즐겨 먹을 만큼 유명했다지요. 그 황제들 초상화가 전시장에 줄줄이 걸려 있고 빈의 풍광이 영상으로 흐르니 마치 그곳에 와 있는 듯했습니다.

아이들은 왕들이 입었던 철갑옷이 신기해 떠날 줄 모르고, 어른들은 전시 막바지에 등장하는 고종의 갑옷 앞에서 떠날 줄 몰랐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수교하면서 고종이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선물로 보낸 것이라는데 선홍빛 투구가 왠지 서글퍼 보이더군요.

그제 아침에도 서글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향수'를 부른 테너 박인수 선생의 부고입니다. 불과 2년 전 자장면을 맛있게 드시며 '노년을 즐겁게 사는 법'을 열강하셨는데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나는 한량 중 한량이었다." 호방하게 자부하던 박 교수와의 인터뷰를 다시 보니 그는 진정한 자유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잃으면 얻고, 얻으면 잃는 것이 인생"이라던 명가수 이야기를 뉴스레터로 배달합니다. QR 코드에 휴대폰을 갖다대거나, 인터넷 주소창에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넣으면 구독 창이 열립니다. '이메일 주소'와 '존함'을 적고 '구독하기'를 누르면 이메일로 뉴스레터가 날아갑니다. 기고자 :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308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