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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1R 경기당 65개밖에 못 던져… 50개 넘게 던지면 최소 4일 쉬어야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들 한다. 그만큼 '에이스'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발투수가 최대한 긴 이닝을 책임지고, 나머지 이닝에서 불펜 투수들이 리드를 지키는 것이 전형적인 승리 공식이다. 에이스가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아예 혼자 경기를 책임질 수도 있다.

8일 개막하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선 완봉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WBC만의 규정 때문이다. 투수 한 명이 경기마다 던질 수 있는 투구 수가 정해져 있고, 그에 따라 의무 휴식일도 주어진다. 각국 리그 개막을 앞두고 열리는 만큼 투수들이 혹사당하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다.

◇연습 경기에서 최종 점검 완료

한국 대표팀은 일본 출국을 하루 앞둔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SSG와 연습 경기를 벌였다. 대표팀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최지훈(SSG), 이지영(키움) 등은 SSG 쪽 타자로 나섰고, 특히 마운드에는 대표팀 투수만 등판했다. 이강철 감독은 투수 15명 중 13명을 마운드에 올렸다. 구창모(NC)와 원태인(삼성)은 타자를 타석에 세워 놓고 연습 피칭을 하는 라이브 피칭 훈련으로 대신했다.

이 감독은 실전을 앞두고 투수들의 컨디션을 최종 확인하며 1라운드 1차전(9일 호주전)과 2차전(10일 일본전)에서 투수들을 어떻게 쓸지 윤곽을 잡았다. 특히 호주전 선발이 유력한 고영표는 투수 중 가장 긴 3이닝을 던져 삼진 4개를 잡으며 피안타 없이 무실점했다. 고영표는 "1차전에 나가게 된다면 오늘처럼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고, 내 장점을 살리는 투구를 하겠다"고 했다. 그의 공을 받은 포수 양의지도 "미국 애리조나 훈련 때보다 밸런스가 더 좋아졌다"고 했다.

그 밖에 김광현(2이닝 무실점), 양현종(2이닝 1실점), 소형준(1과 3분의 1이닝 무실점), 정우영, 이의리, 고우석(이상 1이닝 무실점) 등이 공을 던지며 예열을 마쳤다. 다만 김윤식(3분의 2이닝 1실점), 김원중(3분의 2이닝 4실점), 박세웅(1이닝 2실점) 등은 아직 불안한 모습이었다. 이 감독은 "1차전에 나갈 선수는 정해놨고 오사카에서 치르는 평가전도 남아 있다"고 했다.

◇벌떼 마운드… 첫 경기부터 쏟아붓는다

레전드 투수 출신이자 KIA, 두산, 대표팀 투수코치를 역임했던 이 감독이 내놓은 투수 운용법은 바로 '벌떼 마운드'다. 그는 앞서 "선발, 불펜, 마무리 구분 없이 활용하겠다"며 "첫 경기에서 (투수력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또 "베테랑인 김광현과 양현종(KIA)이 투수진 중심을 잡고, 젊은 투수들이 선발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재작년 도쿄올림픽에서 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져 '노 메달'에 그쳤던 아픈 기억이 있다. 반면 2006년, 2009년 WBC나 2015년 프리미어12 등에선 적재적소의 투수 교체가 승리에 결정적이었다.

이날 연습 경기에선 타자들도 막판 점검에 나섰다. 대회 규정상 공식 평가전(6·7일)에만 뛸 수 있는 메이저리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연습 경기 대신 라이브 배팅으로 몸을 풀었다. 이정후-김현수-박병호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3~5번)'를 비롯한 타순도 어느 정도 정해졌다. 이강철 감독은 "(에드먼과 김하성은) 1·2번 타자로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은 4일 일본 오사카로 출국한다. 이강철 감독은 3일 KBO를 통해 밝힌 출사표에서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축구 대표팀의 투지와 선전이 저희에게도 힘이 된다"며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 국민께 희망과 감동을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그래픽] WBC만의 투쿠 규정 기고자 :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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