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金 몰랐다' 발언 놓고 檢·이재명 법정공방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이 3일 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주요 혐의에 대한 공방을 벌여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다툼을 예고했다.

재판 전에 취재진이 '대장동 개발의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시절에 몰랐다는 입장은 그대로인가'라고 묻자, 이 대표는 답하지 않았다. 오전 재판을 마칠 무렵에는 재판장이 "할 말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이 대표는 "없다"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두 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하나는 이 대표가 대선 기간 세 차례 방송에서 김문기 전 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시절에는 하위 직원이라 몰랐다" "호주 출장에서 골프를 같이 친 적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국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부가 요청해서 한 일이고, 안 해주면 직무 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날 이 대표 변호인은 "'사람을 안다'는 기준은 상대적이어서 한 번을 봤어도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번을 만났어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성남시장일 때 해외 출장을 16차례 갔고 한 번에 10여 명이 함께 갔는데 이 가운데 한 출장을 같이 간 직원을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은 김문기 전 처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내역을 제시하며 "이재명 (성남) 시장 이름으로 저장한 번호가 나온다"며 "(이 대표가) 도지사가 된 후 알았다면 (김 전 처장이) 시장으로 저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대표의 변호인은 "전화번호를 왜 여기서 말하느냐. 모든 사람이 다 알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반발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1월 김 전 처장 등과 동행한 해외 출장 사진을 법정에서 제시했다. 뉴질랜드의 한 공원에서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손을 맞잡고 나무를 감싸 안은 채 찍은 사진도 있었다. 당시 김 전 처장이 "시장님하고 골프까지 쳤다"며 한국에 있는 딸에게 보낸 동영상도 공개됐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재판에 앞서 기자들에게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 김만배씨를 몰랐다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말에 대해선 (검찰이) 조사도 없이 각하했고, 김문기씨를 몰랐다는 이재명의 말에 대해선 기소했다"며 "이 부당함에 대해 법원이 잘 밝혀 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윤석열 당시 후보의 발언은 '김만배를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김만배와 상갓집 등에서 본 사이 정도일 뿐 통화할 정도의 개인적 친분은 없다'는 취지이며 김만배씨 진술도 같은 취지라서 윤 후보를 불기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향후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국회의원직을 잃고, 다음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다. 이 경우 민주당도 선관위에서 보전받은 지난 대선 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한편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는 김 전 처장을) 아는가, 모르는가 그런 사실만 답하면 된다. 말을 자꾸 헷갈리게 하는 건 굉장히 나쁜 습관"이라며 "법정에 나가 아는 사실대로 증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이달 31일과 다음 달 14일 이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기고자 : 양은경 기자 이세영 기자
본문자수 : 173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